서평/Book.

당신의 20대는 안녕하십니까? <공부혁명>

_Bo 2020. 2. 1. 17:24

김병완의 공부혁명.

 

 

혁명하기 딱 좋은 나이, 20대.


 사람들에게 '20대의 모습'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뭘까? 직장을 찾기 위해 스펙업에 힘쓰는 모습? 이력서를 돌리며 직장을 구하는 모습? 막 성인이 된 자유로움을 즐기는 모습?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는 모습? 아니면 자기계발을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는 모습? 여기에 정답은 없지만 저자가 바라는 20대의 모습은 '공부를 통한 혁명을 이루는 모습'이다.

 

 내 20대의 모습을 떠올리면 파릇파릇한 20대 청춘 남녀들이 삼삼오오 모여 웃고 떠들며 술잔을 기울이는 장면이 떠오른다. 밤이 짧아 아쉽고 날이 밝는 걸 아쉬워하며 결국 새벽까지 놀다가 집에 들어가 뻗어버린 기억. 정신을 차리고 만취와 같이 오는 후회가 시간에 흐릿해져 갈 때 다시 청춘을 즐기러 가는 가벼운 발걸음. 그저 몸이 조금이라도 싱싱할 때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려 애썼던 나의 모습이 지금은 한편으로 측은하게까지 느껴진다. 이 모습이 내 머릿속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던 20대의 '직장 외'의 시간이다.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직장 내'에서는 나름 치열하게 살아남으며 보람을 느끼고 스스로 발전하는듯한 착각에 빠져 그 외의 시간에 나를 위한 투자는 10% 채 하지 못했다. 가끔 공부를 한다고 해봐야 전문지식을 찾아보고 내 분야의 트렌드를 찾아보는 정도였다. 그 당시 나를 위한 공부를 몰랐고, 스펙업의 참뜻을 몰랐고, 미래에 대한 고민도 부족했다. 가장 큰 실수는 '독서'를 몰랐다. 하지만 후회하기에 나는 아직 너무 젊다. 나의 20대 혁명은 내게 이제 막 시작했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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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김병완은 대기업 사퇴 후 3년간 도서관에 다니며 1만 권의 책을 읽은 대단한 애독가다. 그 후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하고 강의를 하며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저자는 개개인은 자기계발, 즉 공부를 통해 혁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시기는 20대와 40대이고 특히 20대는 최고의 시기이다. 혁명의 시작부터 결과를 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빠를수록 좋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여기서 혁명이란 개인의 의식, 생각, 태도 자체를 바꾸는 것을 말한다. 시험을 목적으로 한 암기식 공부는 5년을 넘기지 못하고, 생각에 큰 영향을 주기 힘들다. 시험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여러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고 실천하고 체화해야 한다.

 더 이상 정해진 문제의 답을 찾는 문제풀이를 위한 공부가 아닌 없는 문제를 만들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고마운 사람은 시간과 함께 그 고마움도 흐릿해져만 간다. 하지만 필요한 사람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렇다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요즘같이 급변하는 세상에 평생직장이란 개념은 동떨어져 보일 수 있다. 현대 사회에 발맞춰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려면 한 분야의 전문지식보다 '균형 있는 앎'이 중요하다. 전문적인 지식 외에도 개개인의 가치관, 생각하는 방식, 삶을 바라보는 태도, 돈을 대하는 태도, 사회 안에서 소통하는 방법, 균형 있는 삶을 사는 방법 등에 대해 배우고 체화 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에 대한 몇 가지 예시로 저자는 작은 가이드라인을 주었다.

 

더 이상 MBA가 아닌 MFA(Master of Fine Arts)가 각광받는 사회가 왔다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처럼 전문지식을 인문학 기반 위에 조화롭게 섞을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을 경영하기 위한 경영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속에 살고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과학기술에 대해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선조들 삶의 기록에서 배우기 위해 그 발자취인 역사를 알아야 하고 나아가 미래학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뇌과학, 독서법, 심리학, 경제학, 평생 공부법 들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한 가지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지식을 필요로 하는 세상에 발을 내딛고 있다. 그리고 그 세상의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사실 어떤 세상이 와도 전문분야 외의 다양한 지식들로 '진정한 스펙업'을 한 사람이라면 걱정이 덜 할 것이다. 책을 통해 느끼기에는 '그러한 사람을 필요로 하는 세상이 점점 다가오고 있으니 준비를 해야 한다.' 정도로 전달이 됐다. 어렸을 때 종종 듣던 "골고루 먹어야 큰사람 되지"하시던 어른들의 말씀이 떠오른다. 큰 사람이 '키'가 큰사람 만을 의미한 게 아니었나 보다. 키가 작은 나에게도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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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덮은 후 느낌은 뭔가 시리즈 중 1권을 읽은 듯한 느낌이었다. 좋은 내용이었지만 앞부분의 장황한 설명을 받아주는 부분이 책 중, 후반부에 미미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가장 의문이 가는 부분은 '속독'이었다. 3년동안 만권의 책은 불가능한 숫자처럼 보이지만 더 중요한 건 그 만권을 속독하고 머리에 넣는 과정일 것이다. 그걸 저자가 해내고 지금의 위치에 있다는 점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3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9권 이상의 책을 읽는 게 가능할지, 그리고 그게 과연 머리에 어떤 방식으로 남게 될지 궁금하다.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내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독서를 하지 않았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요즘 내 취향을 찾았다. [새로운 개념 설명 + 체계적 짜임] 이 두 가지만 있는 책을 읽을 때 허전함과 허무함을 느낀다. 뒤에 [구체적 예시 또는 방법론] 이게 나와줘야 속이 후련하다. 그래야 내가 실천하고 체화하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나에게 약간의 허무감을 주었다. 책 앞의 80%가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 개념 설명을 한다. 내가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예시나 방법이 명쾌하게 나오지 않았다(내 독서실력 탓에 잡아내지 못했을 확률이 있다). 그래서 어떤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건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 부분에서 조금이나마 가이드라인을 찾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언젠가 어머니가 말했다, "네가 살아갈 세상은 한 가지 직업만으로 평생 먹고살지 않고, 2~3개 정도의 직업을 경험할 기회가 있을 거야". 그 당시 이 말이 기회보단 위기로 들렸다.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지식을 한 분야도 아닌 두세 분야에 걸쳐 배워야 한다니...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위기보다 기회에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진다. '균형 있는 앎'을 체화하고 나 자신을 진정 스펙업 시켜놓으면,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견고한 기반 위에 약간의 전문지식을 얹어서 조화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와 성공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