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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성폭행 위에 세워진 '핫요가 왕국' <비크람: 요가 구루의 두 얼굴>

_Bo 2020. 3. 15. 17:22

Netflix Original 비크람: 요가 구루의 두 얼굴.

 

 

'비크람's 핫 요가, 비크람's 핫 걸'


"몇 년 전부터 뜨거웠던 요가열풍이 다소 잠잠해지더니, 최근에는 요가이 발상지인 인도의 온도와 습도를 고려한 '핫 요가, Hot Yoga'로 재등장했다. 핫 요가는 전통적인 요가 동작에 현대의학적인 방법을 가미한 하타요가의 일종인데, 습식 사우나에서 진행되는 핫요가는 기존의 요가보다 다이어트 효과가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최근 인기가 높다."
(김난도의 트렌드 코리아 2011)

 

 트렌드 코리아 2011에 요가열풍에 대한 글이 나온다. 2010년대 초반 인도의 요가가 한국을 강타했다. 당시 어머니도 요가매트와 요가 비디오를 사와 따라 하시던 모습이 생각이 난다. 이러한 요가 열풍은 한국에만 존재했던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도 강력한 요가 바람이 불던 때가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보다 더 규모가 거대하고 광범위하며 조직적이었다는 차이가 있다.

 

 핫요가의 미국 진출과 비크람에 대한 다큐멘터리, 「비크람: 요가 구루의 두 얼굴」을 접했다. 처음엔 흥미로운 내용들이 나왔지만 이는 다큐멘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충격적인 사실들이 나왔다.

'핫요가의 창시자 비크람은 성폭행범, 강간범, 그리고 사기꾼이다.'

 

º

 

 요가의 발생지, 인도의 환경과 비슷하게 내부 온도를 높여 그 안에서 진행되는 핫요가.

그리고 핫요가의 26+2 요가법 창시자로 알려진 비크람 차우드리. 

 

비크람은 인도에서 역기 운동선수로 활동하다 불의의 사고로 더 이상 역기를 들 수 없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 재활 목적으로 시작한 요가가 그의 인생 2막을 열어주었다. 그 후 요가로 사람들을 치유하며 살기로 결심 후 미국으로 넘어간다.

 

 그가 처음으로 요가 치료를 한 사람은 미국의 대통령, 조지 부시였다. 당시 한쪽 다리에 문제가 있어 절단을 권고받은 그는 비크람을 만났다. 그리고 얼마 후 조지 부시는 더 이상 어느 쪽 다리가 아픈 다리인지 아픈지 잊게 됐다, 완치가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비크람은 그린카드(영주권)를 선물 받고 그의 화려한 '비크람 제국'건설을 본격화한다. 

 

 작은 삼각 수영복 외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뜨거운 요가장을 누비는 비크람은 그곳에서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며 그들 위에 군림했다.

 

 실제 효과를 본 사람들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제2, 제3의 비크람이 되고 싶은 제자들 또한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그들은 9주의 교육과정을 거쳐 비크람의 승인을 받으면 핫요가의 구루 비크람의 이름을 건 센터를 열 수 있었다.

문제의 시발점은 여기에 있다.

 

 비크람의 이름을 건 핫요가 센터를 열고 싶은 여성들은 그의 승인을 위해 그 어떤 것도 인내했다, 심지어 몸을 빼앗기더라도. 비크람은 이들 중 절박한 여성들을 먹잇감으로 삼았다. 새벽에 방으로 불러 마사지를 하게 만들고, 성추행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심지어 비크람의 아내와 아이 둘이 자고 있는 집에서도 그는 제자를 성폭행했다. 하지만 절박했던 여성들은 크게 저항할 수 없었다. 그들은 비크람의 승인이 필요했다, 절실하게.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인도 출신인 그의 20대 아내는 이러한 사실들을 알며도 사실을 덮어두기 바빴다. 비크람의 경제적 능력에 현실과 타협한 듯 보였다.

 

 그가 자처한 26+2 핫요가의 창시자 타이틀은 알고 보니 그의 스승의 것이었다. 또 조지 부시 대통령이 줬다는 영주권에 대한 백악관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몇 차례나 수상한 요가대회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비크람의 추악한 뒷모습이 영원히 감춰져 있지는 않았다. 용기 낸 한 여성이 진실을 밝히고, 그에 따라 줄줄이 증언이 나오고 법정공방이 시작되었다.  

 

 법정에서 한 무리의 변호인단을 선임하고, 줄곳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던 비크람에게 미 법원은 만장일치로 약 80억 원의 배상금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미국도 비크람을 법 아래 둘 수는 없었다(그럴 의도가 없다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그는 법정 판결을 완전히 무시한 채 태국으로 도주했다. 그리고 대담하게도 브라질에서 다시 비크람의 핫요가 수업을 진행하고, 더 나아가 2019년에는 스페인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 인지 미국에서는 형사소송을 진행할 기미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

합의한 몇몇의 여성을 제외하고, 피해자들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긴 싸움을 하고 있다.

 

º

 

 여성의 위 뿐 아니라, 미국의 법 위에 군림하는 인도의 비크람, 그리고 피해자들의 증언들이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정말 안타까웠던 점 하나가 있다. 비크람의 여성관계와 다소 선을 넘은 언행, 그리고 거짓말을 제외한다면 그는 진정한 구루, Guru의 반열에 올랐을 것이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그가 핫요가를 미국에 전염시킨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전염이 아닌, 건강한 전염이었다. 이러한 영향력들이 희미해지는 과정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

 

 많은 이들이 비크람식 비크람 스승식 핫요가 자체의 효과를 많이 봤다. 근육을 쉽게 이완시켜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뜨거운 환경에서 하는 핫요가는 통증 치료에 효과적이다. 거기에 체계적으로 고안한 26가지 동작과 2가지 호흡법이 만나 탁월한 결과를 만들었다.

 

 단순한 증상 치료를 넘어 실질적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정신적 도움도 많이 주었다. 실제 다큐멘터리에서 인터뷰한 한 남성은 굉장히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자신의 인생을 바꿔준 아빠 같은 비크람의 모습과 추악한 범죄자 비크람의 모습 사이에서 고통받고 있었다.

 

 고통을 덜어주는 주체인 동시에 고통을 주는 주체인 비크람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분명 지금도 누군가는 그 '덕에' 큰 도움을 받고 있을 것이며, 누군가는 그 '때문에' 큰 고통을 받고 있을 것이다. 엇갈리는 의견이 나올 수는 있지만 한 가지 명확한 것이 있다.

 

 그는 범죄자이며 현재 도망자이다. 부적절한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는 미 법원이 하루빨리 억울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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