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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아마존도 정복하지 못한, 살아남은 '전통'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_Bo 2020. 4. 10. 19:53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The Shallow - Nicholas Carr.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살아남은 것이 위대한 것이다'


 인류의 발자취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수많은 미디어의 탄생과 죽음을 볼 수 있다. 더 강력하고, 더 지배적인 '뉴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구미디어는 자신의 자리를 내주었다. 그 결과 현재 살아남은 가장 영향력이 있는 미디어는 '인터넷'이다.

 

 현재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연결될 수 있는 인터넷은 우리 삶의 방식을 바꿔놓았다. 이 거대한 돌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새로운 생태계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의 등장 이전까지 미디어는 '분열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서로 다른 기술들이 각각의 목적에 따라 발전되고 전파됐다. 그러나 인터넷은 수많은 미디어들을 단숨에 제치고 당당히 왕좌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인터넷을 제외한 나머지 미디어는 모두 죽었을까? 아니다 당당히 살아남은 미디어도 존재한다. 역사 깊은 이 미디어를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

1371년 한국에서 최초로 대중화될 수도 있었던, 아직까지 살아남은 미디어는 ‘책’이다.

 

니콜라스 카 교수님의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삶의 거대한 부분을 흡수하려는 인터넷과 그 파괴력에 대해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남은 '책'은 마치 인터넷에 잠식당하는 인류에게 내려진 '해독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책은 인간의 인간다움을 보호하도록 도와준다.'

 

 오늘날 이러한 책이 있기까지 필수적이었던 발명을 따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쇄술의 발달, 종이의 발명, 문자의 발명 등과 마주치게 된다. 이제부터 책 탄생의 역사와 거친 파도 속에서 살아남은 책의 위대함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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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와 종이의 탄생'

 

 문자와 종이의 발명은 인류의 역사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이 거대한 변화는 우리의 언어를 뒤바꾸고, 생각의 방식에 지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기술은 언어적 변화를 줄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언어의 역사사고의 역사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초기의 인간은 수량을 표기하기 위해 진흙 위에 표기를 시작했다. 이 표기는 쐐기 모양의 기호로 발달했다. 낙서에 가까웠던 표시들이 시간이 흘러 지적 역사에 있어 가장 영향력이 있는 혁명이라 불리는, 알파벳의 발명으로 대체되었다.

 서구 알파벳의 아버지인 ‘그리스 알파벳’은 자음 + 모음의 구조를 가진 최초의 문자였다. 이 알파벳의 탄생이 선사한 가장 큰 변화는 [구어 문화 문자 문화]로의 변환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언어는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고로 알파벳의 발명이 인간 사고의 방식마저 바꾸어 놓았다고 말할 수 있다.

 

 기록 수단의 발전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비용이 많이 들던 기록 수단이, "돌, 나뭇잎, 뼛조각 진흙을 이겨 만든 얇은 벽돌 파피루스 나무 동물의 가죽 밀랍 판 → ·····종이의 발명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흐름이 알파벳과 훗날 생각을 표현하는 주된 매개체는 ‘글쓰기’가 되었다.

 

'생각과 글쓰기'

 

 종이의 발명은 효율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거듭 보완, 수정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글쓰기가 처음부터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다. 머리로 기억하는 노력을 빼앗아 간다는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정받고, 글쓰기는 생각을 표현하는 탁월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글은 본래 소리 내어 읽고 들려주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지 학문적 도구에서 벗어나 실용적이고 개인적인 성장 도구로 탈바꿈했다. 이에 발맞춰 '띄어쓰기'가 등장했다. '띄어쓰기의 등장'은 [읽기 위한 글→ 보기 위한 글]로의 전환을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다. 이로 인해 더 이상 사람들은 소리 내어 글을 읽지 않고 '묵독'을 추구했다.

 

 책의 발명에 있어 알파벳, 종이, 띄어쓰기의 등장은 모두 중요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책의 대중화에 있어서는 단 하나의 사건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요하네스 겐스플라이슈, 통칭 구텐베르크가 주도한 ‘인쇄술 혁명, 구텐베르크 금속활자 발명’이다.

'책의 대중화, 인쇄 혁명'

 

 금속 활자는 반영구적이고, 책의 대량생산을 가능케 해주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최초로 금속활자로 찍어낸 책이 등장했지만 이름을 널리 알리지 못했다.

그로부터 약 80년 뒤, 독일에서 은밀히 만들어진 구텐베르크 활자로 찍은 책들이 최초의 대중성을 띈 책이라 말할 수 있다. 그 영향력은 이웃나라 프랑스의 전통 인쇄술을 송두리째 뒤흔들 정도로 강력했다.

 

 초기 100% 손으로 글을 쓰고 엮어 책을 만드는 방식은, 인쇄술 혁명을 통해 급격하게 퇴보했다. 손쉽게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책은 다양화되고 대중화되었다. 이로써 책은 더 이상 엘리트만의 소유물이 아닌 것이 되었다. 

 

 책의 역사는 구텐베르크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는 값비싸고 귀한 책에서 저렴하고 흔한 책으로 ‘대중화’시킨 장본인이다. 그의 혁명적인 인쇄술 발명은 그저 종이의 묶음을 대중화한 사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구텐베르크는 인간에게 본성을 거스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고, 그로 인해 생각의 차원이 다른 인간으로 탈바꿈시켜준 선도자였다.

 

 커져만 가는 사람들의 읽고 쓰고 싶은 욕구가 혁명적인 인쇄술을 마주했을 때, 현대작품뿐만 아니라 고전의 대량생산으로 독서 목록은 다양해졌다. 다양화를 넘어서 시장은 과도한 출판을 했고 버블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 버블은 이례적인 선순환을 불러온, '유익한 버블'이었다.

 

 작가들이 출판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출판에 신중을 가하고 더 정교한 언어를 구사했다. 자연스레 이를 읽는 독자의 언어에 영향을 끼쳤다. 이 언어적 변화는 생각의 변화를 불러왔다.
‘인간의 의식은 더욱 깊어졌다.’

'르네상스 시대의 도래'

 

 이 무렵 인간의 창의력이 정점에 달한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한 것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과도한(?) 책의 이용으로 인해, 생각이 넓고 깊어지고, 책 속에서 키운 생각 능력의 발달이 책 밖의 세상에 영향을 끼치고, 책을 읽으며 활성화시킨 뇌가 책 밖의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약 200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지닌 르네상스 시대, 그때 인간은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산만함을 거스르고, 한곳에 집중해서 책을 읽는 부자연스럽고 수고스러운 연습을 했다.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인류가 되어가는 시대였다.

‘책은 인간이 본능조차 거스를 수 있게 만들었다.’

 책이 대중 미디어가 된 이후 신문, 라디오, 방송 등 다양한 대중 미디어가 탄생했지만 그 영향력은 책을 크게 위협하지 못했다. 우리 삶에 가까운 곳에 있는 온, 오프라인의 서점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책이 위협받고 있다.

 오프라인의 전통 출판업의 파이를 온라인에서 가져가는 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전자책이 갖고 있는 '잠재적 산만함'이다. 전자기기의 다양한 기능은 간단하게 주의력을 분산시킬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러한 산만함 때문에 전자책과 전통의 책은 독서의 질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보인다.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대중 미디어는 다른 여타의 미디어를 모두 흡수해갔다. 전통의 책도 완전한 예외는 아니었다. e-book이라는 변종이 탄생한 것이다. 아마존과 구글을 중심으로 한 e-book 시장은 분명 위협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통의 책에 대한 수요가 건재하다. 여기에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을 아직까지 건재한 전통의 책이 말해준다.
‘거친 파도 속에서도 책은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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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적 변화를 줄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언어의 역사는 사고의 역사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언어적 변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느끼는 가장 큰 변화중 하나로 느껴진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내가 듣는 방식과 말하는 방식이 달라짐을 느낀다. 내가 하는 수고스러운 노력의 과정이 작은 빛을 보는 순간이다. 

 

 서평의 시작에 책이 인류에게 내려온 해독제라 표현한 이유는, 나에게 그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책을 읽을 때 10분 이상 집중을 유지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에 더 눈이 가기 시작했다. 이미 내 뇌는 산만함에 젖어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이 있지만, 독서와 글쓰기는 내게 생각의 능력을 키워주고 있다. 집중할 수 있는 역량을 점점 발달시켜 준다. 완독 했을 때의 뿌듯함, 서평의 틀이 완성됐을 때의 만족감, 서평을 다듬어 공개할 때의 성취감은 시간을 내편으로 만드는 힘이 되어준다.

이제는 책에 짓눌린다는 압박감보다 덮여있는 포근함에 가까워져 가는 것 같다.

 

 책의 대중화, 르네상스, 엘리트에 대한 내용도 매력적이었다. 과거 엘리트의 산물이었던, 소수에게만 허락되었던 책이 대중화되고 인류는 혁명을 맞이했다. 그리고 창의성이 폭발하는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 혁명은 다시는 안 올지도 모른다. 그때에 비하면 책을 찾는 사람들은 드물다.

 르네상스는 인류에게 찾아온 그저 일회성 이벤트였을까?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산만함의 홍수 속에 사는 오늘날에 ‘집중해서 독서’를 한다는 건 욕심일까? 가끔은 너무나 손쉽게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가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아직 독서가 익숙치 않은 나라서, 너무 편안한 마음보단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쉬운 길과 편한 길이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오늘날, 책은 다시 엘리트의 산물이 되어가는 것만 같다. 내가 이 엘리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퇴보하지 않을 거란 확신을 갖고 있다. 독서를 하고 글을 쓰는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고, 내 정체성에 변화를 줄 때까지 부디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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