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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을 파는 사람들 <Merchants of Doubt>

_Bo 2020. 7. 28. 23:17

Merchants of Doubt - 로버트 케너.

 

 

'Dog shit wrapped in Cat shit'


 2020 전 세계 국가의 뜨거운 화두를 꼽자면 당연 코로나 일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경기 부양책으로 떠오르는 '그린 뉴딜'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전기, 수소, 풍력, 태양광. 신재생 에너지, 도대체 전 세계는 왜 지금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학창 시절 한동안 '지구 온난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거울 때가 기억이 난다. 우리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표어, 포스터, 글짓기를 하며 조금이나마 그 운동에 동참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학교를 떠나 시간이 흐르고 경제에 참여하는 나이가 되자 그에 대한 관심은 사라져 버렸다. 아니, 훨씬 이전에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학창 시절 지구온난화에 대한 운동에 참여했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으니.

 

 십수 년이 지난 후 로버트 케너의 「의혹을 파는 사람들」을 보고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2014년에 만들어진 미국을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인 의혹을 파는 사람들은 과거 담배 규제를 놓고 열을 올리던 관련 산업의 거대 기업, 우려를 표명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과학자와 대중의 모습을 잘 그렸다.

 

 신재생 에너지와 지구 온난화를 언급하다 갑자기 담배 규제라니? 이유는 단 하나다. 두 영역이 똑같은 모습으로 흘러가는, 마치 평행세계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산업의 짧은 내막은 이렇다. 담배 산업으로 이익을 보는 거대 기업막대한 자금으로 언론인, 과학자, 심지어 정부까지 사들였다. 그리고 자신들이 고용한 과학자를 앵무새로 탈바꿈시켰다. 소위 전문가 집단에서 나오는 말과 그들이 퍼트리는 거짓 정보에 대한 분별력을 잃은 대중은 그 무리에 합류했다. 이러한 상황에 극단적인 정치신념이 합쳐지니 악취를 참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명백하게 담배는 유해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지어 거대 기업조차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이 원한 건 단 하나, '규제의 실행을 늦추는 것'이다. 그 사이에 돈을 만질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냄새나는 50년을 보내고 나서야 결국 담배는 유해하다는 공식적인 발표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이슈는 개인의 건강을 뛰어넘는 지구의 건강이다. 우리에게 50년이라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이를 깨달은 유럽은 이미 탄소규제를 시작했고, 다른 나라들도 신재생에너지의 중요도를 높이고 있다.

 

 50년이 걸렸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이 빠르게 전개된 이유는 고도의 연결 때문이 한몫을 했다고 본다. 그 어느 때보다 정보를 얻기 쉽고, 그 정보가 모두 진실은 아니지만 충분히 팩트체크를 할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그리고 분명 시민의식의 변화도 동반됐을 것이다. 그리고 현명한 판단을 내린 정부가 고마워지는 순간이다. 그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진실을 추구하는 과학자와 언론인, 그리고 대중들에게도 감사하다.

 

 혼돈의 50년 안에는 세 가지 냄새가 섞여 있었다. 인간성 위에 돈을 올려놓은 기업과 거기에 동참한 과학자, 언론인 & 그들을 따르는 맹목적인 대중 & 극단적인 정치색. 사회적인 연결을 잃고 싶지 않은 인간이 두 귀를 닫고 열변을 토하는 모습은 헛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인간의 어긋난 신념이 이렇게 무섭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리고 인류 역사 그 어느 때를 보더라도 생각나는 '시들지 않는 돈의 꽃'이 떠올랐다. 이 꽃의 매혹적인 향은 수많은 인간을 홀리기에 충분하다. 아니 차고 넘친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형체는 없지만 '신뢰'라는 양분을 먹고 자라는 이 꽃은 역설적이게도 사람들 사이의 신뢰를 무너트리는 가장 큰 힘을 가진 듯하다.

 

 이런 퀄리티 높은 다큐멘터리에 단돈 900원과 두 시간 남짓이면 투자 가치가 상당해 보인다. 대중을 체계적으로 속이는 돈의 힘과, 한없이 나약해질 수 있는 인간에 대해 알고 싶다면 추천하는 다큐멘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