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에) 눈먼 자들의 도시 <테크 심리학>
테크 심리학 - Luke Fernandez, Susan J. Matt.
'빼앗긴 사색에도 봄은 오는가'
"인터넷의 익명성과 가벼움,
온라인의 쉽고 빠른 연결이 주는 역설적인 외로움,
SNS의 보이는 겉모습에 열중하고 매달리는 사람들,
스마트폰이 뺏어간 나만의 집중 시간"
현대 기술의 편리함 반대편에 잃어가는 것들에 대한 주제는 흥미롭다. 빠르게 진행된 기술의 고도화, 전문화, 가속화는 그에 걸맞은 문제를 가져왔다. 대부분은 문제를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간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알아차리고 바로잡으려 하는 주도적인 사람들을 주목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테크 심리학」의 저자 페르난데스, 맷 교수님이 그렇다. '도구와 기술의 발달에 따른 인간의 심리적 변화'를 약 400년간 추적한 책이 「테크 심리학」이다. 이 책은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변화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다루며 하나의 정답을 주기보다, 독자 스스로가 생각할 여유를 준다.
책을 따라 흘러가다 그 끝에 도달했을 때 '기술과 감정 변화의 역사'를 알 수 있었다. 그 속에서 내가 느끼는 '익숙함'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이 만든 도구와 그 도구가 만든 '환경이 결국 인간을 변화시키는 힘'을 보았다. 이러한 과정을 아는 것 자체가 기술의 흐름에 생각 없이 흘러가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그 과정을 이해하고 역사 속에서 '내가 원하는 해답'을 찾기에 충분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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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감정 변화의 역사'
과거의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종교를 통해 극복했다. 현상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낮은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에, 눈을 감고 그저 신이 행한 일 정도로 치부한 것이다. 그렇게 고착화된 환경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먼 사람들이 기술의 발달과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며 변화를 통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빨랐던 것인지 어둠에 적응된 감겨있던 눈은 빛에 바로 적응하지 못하고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중이다. 이내 눈을 다시 감아버리고 말았다.
생각이 이성적으로 변하면서 당연시 여겨지던 것들을 다시 '생각'하고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신이 선사하신 새로운 발명품에 대한 찬양은, 인간의 능력이 만들어낸 탁월한 결과물이란 인식으로 바뀌었다. 불평등에 순응하던 사람들은 소수의 권력이 휘두르던 분노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도구와 기술의 발달로 자신을 돌아보고, 지루함에 대처하는 수단이 대중화되었다.
이러한 현상 모두가 소수에게 향하던 쏠림 현상을 평평하게 만드는, 눈을 뜨는 과정 중 일부분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당연시되던 흐름을 멈추고 반대로 되돌리긴 했지만, 어디서 멈춰야 할지는 몰랐다. 변화가 평등을 가져오고, 평등이 익숙함이 되자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기준을 넘는 과도함이 나왔다.
금기시되던 허영심을 드러낸 사람들은 훗날 SNS라는 파라다이스 속에서 자아도취에 빠져 있다. 산업화가 불러온 반복된 노동의 지루함을 달래려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만났고, 더 이상 자신의 의지대로 집중해서 고독의 시간을 즐기거나 혼자만의 사색조차 누리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이제 이러한 과도함은 또 다른 종류의 쏠림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인간이 만든 환경, 환경이 만든 인간'
편지, 철도, 전보, 라디오, TV, 인터넷, 스마트폰 모두 우리의 삶을 한층 편리하게 해주는 것들이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기술이 등장하기 전의 환경에서 사람들이 느끼던 불편함은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만 가져오 것은 아니다. 적당한 불편함은 생각을 자극하고, 삶을 더 풍족하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자주 잊고 살아가는 것 같다.
물리적, 간접적으로 연결된 환경은 의사소통의 편리함과 대중화를 불러왔다. 하지만 새로 자리 잡은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연결의 환경이 사색의 시간, 긍정적인 고독을 즐길 시간, 지루함을 견디는 능력을 앗아가고 말았다.
소수에게만 허락되던 분노는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평등화되었다. 이제 인종,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분노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환경이 바뀐 탓에 누구나 큰 고민 없이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분노를 즐기는 사람들마저 왕왕 볼 수 있다.
도구를 만들고 활용하는 뛰어난 능력인 지닌 인간에게 도구가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말았다. 변화와 격동의 역사는 새로운 도구와 기술의 등장으로 새로운 환경을 조성했다. 개인이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을 확대시켜 주고 장밋빛 희망을 품게 해 준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의존적인 태도 때문에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쉬운 답은 쉬운 이유가 있다.'
기술이 훌륭한 인생을 이루어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훌륭한 인생은 오직 자신의 지혜와 현명한 판단에 의해서만,
그리고 우리가 가진 도구의 감정적, 사회적 함의를 자각함으로써만 이룰 수 있다.
-맥키번-
우리는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도구와 기술을 사용한다. 그러나 사용하고 활용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할 기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되는 것이다. 밖으로 드러나는 외적인 문제도 있지만, 이번 「테크 심리학」을 통해 본 내적인 감정의 문제도 존재한다.
내가 와이프에게 가끔 하는 말이 있다. "익숙함에 지지 말자." 익숙함은 양날의 것 같다. 자주 사용하고, 자주 접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리고 익숙해 짐으로 불편함을 덜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익숙함은 만족감을 무디게 만들기도 한다. 감사를 느껴야 할 일을 당연시하는 오만함에 빠지게 한다.
도구와 기술을 사용하는 태도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환경을 바라보는 태도 또한 같다고 본다. 익숙함 가진 진정한 장점은 큰 주의 없이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시간에 다른 생각을 하고 더 나은 생각을 하라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생각을 하는 주체는 '자신의 내면'이고, 그 내면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불편함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는 '어려운 길'이 보일 것이라 믿는다. 변화를 원한다면 어려운 길을 자처해서 걸을 용기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