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딱지가 앉을 때까지 외친다 <볼륨을 낮춰라>
볼륨을 낮춰라 - 데이비드 오언.
'아이야, 클럽은 안된다!'
소리는 실체가 없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듣는 노래와 옆에서 떠드는 사람들의 소리는 뭘까? “우리가 듣는 것은 우리 뇌의 일부가 귀에 작용하는 특정한 물리적 움직임에 의미를 부여해 만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소리는 주관적이다. 소리는 파동/진동일뿐이고 그 진동을 전달받은 우리의 귀가 뇌와 소통해 의미를 부여하고 들리는 것이다. 그래서 파동이 전달될 수 없는 진공, 우주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다. 신기하다!
우주가 아니더라도 듣는 이가 아무도 없는 아마존 열대우림 중앙에서 나무 한그루가 쓰러져도 그 소리를 들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듣기 때문에 소리가 있다니, 참으로 철학적이고 심오하다.
소리에 대한 신기하고 심오한 사실들도 망가진 청각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우리는 청각의 중요성에 대해서 망각하고 지낼 때가 많다. 대부분 청각과 시각 중 하나를 고르라면 쉽게 시각을 택한다. 나도 그랬다, 데이비드 오언의 「볼륨을 낮춰라」를 읽기 전까지는.
청각은 생각 이상으로 중요했다. 사회적 동물 인간에게 청각은 사회성을 유지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사회성이 결여되면 여러 심리적 문제로 시작해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기본 토대가 무너지면 아무리 높은 탑도 버티지 못한다.
데이비드 오언의 「볼륨을 낮춰라」를 통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청각을 왜 지켜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것 자체로도 청각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책 덕분에 살면서 놓치기 쉬운 중요한 부분을 찾은 기분이다. 그 안에 나오는 모든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아는 게 힘이다. 그리고 강력한 힘이 되어 주는 사실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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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유린하는 사람들'
우리는 청각에 대해 생각보다 무심하다. 귀를 유린하는 상황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공장소에 활기를 불어넣으려 볼륨을 최대로 키운 이어폰을 착용한 사람들, 귀 보호장구 없이 큰 소음이 나는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이제 10시만 되면 사람들을 토해내는 가슴 울리는 클럽들. 정력을 위한 보조제로 청력을 망가트리는 사람들.
귀에서 이명이 들리고, 시끄러운 곳에 오래 있어 먹먹해져도 자고 나면 괜찮겠지라고 넘길 때가 많다. 청각적 자극 후에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괜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경손상은 영구적으로 남아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그 심각성이 검사로 밝혀질 순간에는 이미 상당 부분 망가져서 돌이킬 수 없을 확률이 높다.
나는 왜 청각을 다른 감각기관보다 덜 중요하다고 생각했을까? 귀가 두 쪽이라 그런 걸까? 하지만 불행하게도 잘못된 생각이었다. 한쪽의 귀가 들리지 않으면 우리는 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지 파악할 수 없다. 두 귀는 각자에 들어오는 소리의 시차로 위치를 파악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귀는 마치 장인이 만든 명품시계처럼 복잡하다.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 한번 망가지면 그 원인을 찾기도 힘들고, 찾는다 하더라도 치료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다른 감각기관에 비해 연구가 더디고, 그 말은 상대적으로 중요도를 덜 느껴서 일 것이다.
귀는 타 감각기관에 비해 현저히 적은 감각세포와 신경세포를 갖고 있다. 심지어 재생이 불가능한 세포들도 있다. 털세포는 모든 동물에서 재생이 되지만 유일하게 포유류만 그렇지 않다. 진화과정에서 재생하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생존법칙을 따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청각을 잃게 되면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가장 단편적으로 사람들과의 소통에 불편이 생긴다. 시간이 흐르면 그로 인해 인지적인 퇴화가 발생하고, 사회적 고립이 진행된다. 사회적 동물에게 고립은 여러 병을 동반할 위험성이 충분하다. 그렇다면 이토록 중요한 청각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
'가장 강력한 도구, 예방'
"최근 수십 년간 청각 기술에서의 가장 큰 발전은 인공 귀의 개발이었다." 이미 청각장애를 갖고 있거나, 서서히 나빠지는 과정에 있다면 고도로 발달해가는 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만약 내가 아직 두 귀로 잘 들을 수 있고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방심해선 안된다.
앞서 말했듯 청각 문제는 원인불명인 경우가 많다. 그 흔한 이명부터 시작해 돌발성 난청, 청각장애까지 미지의 질병으로 남아있다.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은 불명확하고 일부 재생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하다. 사전에 귀를 아끼고 보살필 줄 알아야 한다.
건강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는 0dB로 지정되어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위험선은 85~90dB이다. 안타깝지만 삶의 평범한 활동들이 이 경계에 있거나 그 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경적소리, 헤드폰 사용, 진공청소기, 주방기구들, 전동 공구 사용, 여러 방식의 파티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클럽은 심각하다. 나오면 귀가 먹먹할 정도의 소음에 노출되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있다. 수많은 이유들을 뒤로하고 소리에만 집중해보자. "90dB로 진동하는 음악은 전정계를 자극하여 가만히 앉아 있을 때도 자발적으로 움직일 때 생기는 즐거운 기분을 만들어 낸다. 그러한 기분이 시끄러운 음악에 노출되고 싶은 충동에 대한 원인일 수 있다. 볼륨을 충분히 올리면 실제로 춤을 추고 있지 않지만, 춤을 추는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책 속에 아는 것 자체로 앞으로 남은 삶의 힘이 되어줄 사실들이 많이 나온다. 이어폰과 헤드셋의 볼륨을 줄이자. 클러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횟수를 줄이거나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자. 직업적으로 불가피하게 노출될 경우에는 보호장구를 필히 착용하자. 귀가 처한 위험을 인지하고 그 위험성을 제대로 아는 것은 삶에 큰 도움이 되어준다.
'힘이 되는 주위의 앎'
청각장애는 홀로 해쳐 나가기 쉽지 않은 질병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앞서 말했듯 스스로 사전에 보호하고 예방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부모가 가정에서, 교육 시스템에서, 사회 문화적 인식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0~8세는 언어의 황금기다. 그때는 아이가 스펀지처럼 주위 것들을 흡수하는 시기로 굳기 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은 아직이지만 여러 선진국에서는 이미 신생아 청각검사를 의무로 채택했다. 청각적 문제를 어릴 때 빠르게 알아차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황금시간은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두 귀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수화를 통해서라도 그 시기에 언어적 바탕을 쌓아야 한다.
맞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 때문에 결정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사회적 차원에서 인식 바꾸기에 노력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미국의 섬 칠마크는 그 좋은 선례를 남겼다. 그 섬의 사람들 중 대부분은 유전적인 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든 없든 수화와 영어를 오가며 소통한다. 그리고 수화에 대해서는 마치 우리가 다른 나라의 언어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색안경을 끼지 않듯이, 그저 다른 언어 중 하나로 인식한다.
어떤 형태를 통해서든 언어의 황금기에 언어적 노출을 시켜야 한다고 저자는 과학적 근거로 말한다. 유아 때 수화에 익숙해진 청각 장애 아동은 유아 때 수화를 배우지 않은 청각 장애 아동보다 언어를 훨씬 쉽게 배운다. 같은 기간 동안 수화를 배우지 않은 아동들은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것의 일부만 이해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사실이 있다. "청각 장애 아동에게 청인 부모는 심각한 악조건이 될 수 있다." 부모가 수화에 능하지 않아 배움의 기회를 덜 접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부모의 욕심이 앞서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그 수단이 어떤 형태를 띠든 배움이 우선이다.
나는 청각은 아니지만 비슷한 질환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원인 불명에 완치 불가라는 사실이 한동안 괴로운 시간을 선사해줬다. 하지만 내가 질환을 대하는 인식과 주위의 도움으로 잘 이겨나가고 있다. 신체 일부가 불편한 사람들의 배움에 주위 인식 변화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시작은 이 책을 읽는 개인에서 시작될 수 있다. 나도 그 일부가 되어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니 책에서 하나 더 얻어간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청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다면,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앎으로 세상에 작은 빛을 가져오고 싶다면 「볼륨을 낮춰라」 일독을 권장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