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면역계, 뇌와 뇌세포를 지켜라.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 - 도나 잭슨 나카자와.
'나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사람에 대한 이해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수많은 신체적/정신적 질환들의 원인과 해결 방법들이 밝혀졌고 지금도 연구는 끊임없이 이뤄지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의 손이 닿지 못한, 가장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한 곳 있다. 바로 '뇌'다. 그리고 오늘날 베일에 쌓여있던 뇌의 비밀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뇌는 면역계가 닿지 못하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뇌에서 뿜는 신경화학물질이 많은 정신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돼 화학물질을 타깃으로 한 치료가 아직까지도 이뤄지는 중이다.
뇌 속에는 쓸모없는 한 무리의 아교세포가 잔뜩 들어있었고, 그동안 그 존재는 주목받지 못했다.
이 모든 믿음들과 수백 년 동안 굳어있던 지식은 불과 몇십 년 동안 큰 변화를 맞이 했고, 그 중심에 오늘 소개할 '미세아교세포, Microglia'가 서있다.
전문 분야와 대중의 지식 간극을 메우기 위해 빠르게 발걸음을 움직이는 저자 도나 잭슨 나카자와는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들을 대중에게 전달한다. 면역계와 신경계의 비밀 그리고 몸과 뇌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과학적 증거들은 모두 미세아교세포라는 한 점으로 모이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미세아교세포를 통해 그간 행해지던 정신질환 치료법, 면역질환 치료법, 사회적인 문제의 원인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학계가 흥분하고 있고, 그 흥분은 머지않아 대중의 곁으로 다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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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미세아교세포'
미세아교세포는 학계에서 전혀 새로운 세포가 아니었다. 이미 과거부터 그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역할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뇌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 쓸모없다고 치부되는 세포에 주목한 소수의 과학자들이 있었다. 그들을 통해 미세아교세포의 역할이 밝혀지고 희망적인 충격에 휩싸였다.
과학자들은 우리 몸의 면역계에 대한 여러 사실들을 밝혀냈다. 상처를 입거나 감염이 되면 우리 몸의 면역계는 바빠진다. 면역세포의 명령을 받은 백혈구는 림프구를 따라 방어가 필요한 부위에 신속히 도착해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이 반응이 겉으로는 빨갛게 부어오르고 욱신거림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뇌의 염증반응은 너무나도 달랐다.
그동안 뇌는 면역계가 닿지 않는 구역으로 분류되어왔다. 하지만 뇌수막 안쪽에 촘촘하게 펼쳐진 거미줄 같은 림프구를 발견함으로써 새로운 사실이 자리 잡았다.
또한 뇌 속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세아교세포가 다른 면역세포와 같은 줄기세포에서 탄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면역세포의 혈통을 가진 미세아교세포는 뇌 속에서 면역반응을 담당한다. 하지만 그 형태는 신체의 것과 너무도 다르다. 뇌 속에서 다른 시냅스들을 먹어 삼키고, 뉴런 구조를 망가트리는 것이다.
새롭게 발견 된 두 사실을 합하면, 뇌는 면역계이고, 미세아교세포는 그 속에서 백혈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뇌에서 발견된 이 면역계는 신체의 것과 연결되어 끊임없는 소통을 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미세아교세포라는 녀석은 원래 착한 본성을 지녔다. 뇌를 보호하고 노폐물을 처리하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세포다. 하지만 여러 자극들로 인해 열 받는 순간 악마로 변한다. 그 결과 시냅스를 무분별하게 잡아먹고 과도한 가지치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삶에 필요한 뇌의 부분들이 망가지고 신체와 정신 질환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미세아교세포와 뇌에 대한 새로운 발견도 중요하지만 대중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무엇이' 미세아교세포를 악마로 만드냐는 것이다.
'미세아교세포에 적대적인 세상'
미세아교세포의 착한 본성을, 즉 뇌세포를 보호하고 노폐물을 치워주는 유지하려면 주의가 필요하다. 이 세포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마주하는 직장에서, 문화에서, SNS에서, 관계에서 오는 사회적 스트레스와 정신적 스트레스는 뇌를 파괴할 위협을 만들어낸다. 장기적인 스트레스는 면역계를 예민하게 만든다. 미세아교세포도 예외는 아니다. 이렇게 예민해진 미세아교세포는 과도한 시냅스 소멸을 불러오고 제 역할인 노폐물 운반은 소홀히 하게 된다. 그 뒤로는 악순환의 반복으로 여러 정신질환을 동반할 수 있다.
그리고 후성유전적 요소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어린 시절의 중요성은 몇 번을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흔히들 말하는 트라우마는 그렇게 가볍게 치부될 단어가 아니다. 어릴 적 큰 충격이나 불안한 가정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아이들의 뇌는 피폐해지기 시작하고 흐름을 바꾸지 못한다면 나이가 들 수록 더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문제들이 드러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들이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인공물질들도 문제가 된다. 우리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록이 턱없이 부족한 여러 화학물질들, 알레르기 유발 성분,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물질들, 바이러스 등 이 모든 것들은 면역계를 자극해 비극적인 결말을 불러올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뇌와 신체의 면역계는 긴밀하게 소통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렇기에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한쪽에서 자연스럽게 문제가 발생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 그리고 건강한 뇌가 건강한 신체를 만든다.
'앞으로 밝아질 미세아교세포의 세상'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은 너무 어둡게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희망적인 발견이라 말하고 싶다. 미세아교세포의 어두운 면을 씻어내고 다시 밝은 본성을 가져올 방법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신질환에 행해지던 약물치료는 더 이상 근본적인 치료책이 아니다. 미세아교세포의 횡포로 인한 신경화학물질의 불균형이 원인으로 밝혀졌고, 약물치료는 그저 불균형 증상만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평생을 달고 살면서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례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 외에도 유전자 치료, 항생제, 미주신경 해킹, 환각제 사용 등등 다방면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사실 하나는 그 어느 치료도 '단 하나의 완벽한 치료'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각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기본적인 식이요법, 운동, 명상 같은 신체/정신적 측면의 노력을 같이 기울이며 치료를 받아야 효과가 두드러진다.
근래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혁신적인 뇌 치료법 하나를 소개하자면 '뇌 해킹' 치료법이 있다. 상용화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치료법은 뇌가 전기적 신호를 통해 작동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뇌의 전기적 신호를 해석해서 개개인의 뇌 지도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곳에서 불균형이 일어난 부분을 파악해 전기적 자극을 주어 균형 상태로 돌려놓는다. 그렇게 되면 미쳐 날뛰던 미세아교세포도 균형 잡힌 뇌를 느끼고 잠잠해지다 착한 본성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제 막 불을 땐 영역이라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거나, 안정성이 충분하게 보장된 치료법들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가능성들이 나오고 있고, 활발하게 연구, 개발 중인 분야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미래는 더욱 밝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난치병 불치병으로 여겨지던 질환들을 뇌의 미세아교세포 조정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세상, 그 세상이 온다면 사회에 만연한 정신 질환들을 비롯해 여러 면역질환들이 지금처럼 불행하게만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