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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파도를 즐기는 법 <패거리 심리학>서평/Book. 2020. 10. 4. 23:35
패거리 심리학 - 세라 로즈 캐버너.
'불변의 진리, 독서'
우리는 단군이래 표현의 자유가 가장 활발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기에 살고 있다. 손쉬워진 글로벌 연결, 다양해진 집단, 빈번한 집단 현상들, 극단적으로 치닫는 무리의 사람들. 이렇게 기술의 발달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환희와 우려 섞인 목소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혁신적인 새로운 기술들은 매번 그에 따르는 소음과 함께 삶에 다가온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은 그 어느 때보다 큰 굉음을 불러온 듯하다.
너무나도 달라진 세상의 모습은 불과 50년 전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신세계가 되어있다. 같은 세상에 살아가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갖은 세대 간의 갈등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부모의 마음은 언제나 같듯이 자녀를 걱정하고, 불확실성 투성이로 보이는 기술에 대한 우려를 금치 못한다. 그러나 신세계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미래를 구세계의 어른들의 잣대로 우려하고 단정 짓기에는 과한감이 있다.
달라진 세상에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갖은 세대들끼리도 공통점이 존재한다. x세대, y세대, z세대 모두 '인간'일 뿐이고, 인간의 본능은 어느 세대에나 적용된다. 사회적 동물, 인간은 새로운 세상이 왔다고 사회성을 포기할 수 없다. 그에 맞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성을 유지하고 갈망한다.
세라 로즈 캐버너의 「패거리 심리학」은 우리 앞에 놓인 현실에 대한 우려를 논리적으로 파헤치고, 슬기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저자가 연구해온 '사회성'의 21세기 버전인 사회적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야기 또한 담고 있다. 사회성과 개인성의 균형을 강조하고, 과도한 기술의 걱정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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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디폴트 모드'
2020년 삶의 모습은 50년, 100년, 1000년 전과는 너무도 달라졌다. 하지만 백 년 전에도, 천 년 전에도 다르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인간의 본능이다. 우리는 태생적으로 '사회성'을 갖고 태어난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 뇌에 반짝이는 부분은 사회성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사회성은 사람들 사이 동조화를 일으킨다. 또한 유사한 배경과 경험을 갖은 사람들끼리 잘 뭉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신경이 동조화 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감정이 전염되는 현상을 목격한다.
이러한 동조화를 느끼고 사회성을 체감하는 순간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생존에 도움을 줄 것을 뇌가 기억하기 때문이다. 사회성은 그 무대가 바뀔 뿐 삶의 어느 곳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젠, 내 어린 시절과 비교만 해보더라도 삶의 모습은 너무도 달라졌다. 초등학교 방과 후 약속하지 않아도 놀이터에 모여 모래에 뒤덮여 놀던 무리 진 아이들의 모습은 요즘 찾아보기 힘들다. 가혹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가슴이 아플 정도이다. 같이 놀고 싶은 친구들이 모두 학원에 있어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달라진 아이들의 삶에도 변하지 않는 '사회성'의 욕구는 존재한다. 그리고 세심한 관심이 없다면, 그 욕구는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옮겨가기 십상이다. 어쩌면 온라인 상으로 '옮겨간' 것이 아닌, '쫓겨난'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삶을 예로 들었지만 성인들의 모습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혼술, 혼밥이라는 말이 대중화되고, 개인 방송을 보며 소통하고, 사람 간의 만남 사이에 스마트폰이 주가 되는 경우는 너무도 흔하다. 어쩌면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사회적 교류의 장이 상당 부분 온라인화 된 것일지도 모른다.
'억울한 스마트폰'
새로운 기술로 세상의 모습이 변했다. 오프라인에서만 존재하던 사회망은 온라인으로 옮겨갔고, 기술은 마치 증폭기처럼 작용하며 영향을 키워준다. 이렇게 온라인을 통해 확장된 사회망은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어 넓어진 공동체를 느끼게 한다. 또한 규범을 흐릿하게 만들며, 제약을 느슨하게 만든다. 그 결과 표현은 더욱 자유로워지고, 집단 활동은 더욱 다양하고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는 장점과 단점 모두를 지니고 있다. 연결이 쉽고, 자유로워지고, 다양해진 장점이 있는 반면에, 편향적이고 가벼워진 단점이 있다. 그리고 뒤따르는 제도의 부족과 책임감의 결여도 문제가 된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얻는 결과는 달라진다.
흔히들 얘기하는 스마트폰 중독, 과용, 남용의 문제는 접근법이 잘못됐다. 쉽게 손이 가고 과도하게 편리해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원인 자체는 스마트폰에 있지 않다. 그걸 사용하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모두가 집중을 잘했나 잠시 생각을 해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기술 그 자체에 중독되는 것이 아닌, 딴짓에 중독된 것이라고 보는 게 합당해 보인다. 어려운 과제, 도전 등에 닥쳐 불편함을 느끼고 딴짓을 찾는다. 혹은 목표가 없어서 일 것이다. 그리고 너무도 쉽고 생각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언제나 내 곁에 존재한다.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는 열쇠는 동기부여와 목표 설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온라인과 밀접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생각하는 능력이 절실하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주관적인 해석의 올바른 방향성을 갖으며,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딴짓의 문제가 고착화된다면 정말 큰 재앙이 닥친다. 집중능력을 반영구적으로 잃게 되고, 뇌의 회로는 거기에 맞게 적응돼버리기 때문이다.
'기술의 파도를 즐기는 법'
인간의 사회성, 혁신적인 새로운 기술 두 가지 모두 삶에서 쉽게 때어낼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를 다루는 법을 배워 실천할 필요가 있다. 여기선 '중용'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사회성으로 너무 치우치면 편을 가르기 시작하고 개인성은 점점 사라져 버린다. 무분별한 기술의 남용은 자신 주위에 벽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기술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성을 유지하되, 비판적인 사고를 지닐 필요가 있다. 또한 감정을 조절할 줄 알며,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기하게도 우리가 내리는 평가와 해석은 같은 사건도 전혀 다른 효과를 가져오게 만든다. 이러한 평가와 해석의 방향만 조금 틀어도 정서적 편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방법들에 걸맞은 처방은 '독서'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무리 기술을 잘 활용하고 사회성을 유지할 수 있다 생각하더라도, 우리에겐 햇살이 필요한 법이다. 밖으로 나와 대면의 시간은 필수적이 요소다. 안 그래도 밖에서 이뤄지는 사회적인 모임, 놀이가 사라져 가는 추세에 이번 코로나 19는 기름을 끼얹었다.
자녀를 걱정하는 부모라면, 뚜렷한 징후와 근거가 없는 걱정보다는 기회를 제공하고 동기부여와 목표로 관심을 돌려주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역설적으로 자유는 제약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여기서 부모의 역할은 자유를 건드는 것이 아닌, 제약을 인지시켜주고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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