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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굳은살, 테슬라의 메세지 <후츠파>서평/Book. 2020. 11. 27. 19:08
후츠파 - 인발 아리엘리.
'이스라엘에는 특별한 구석, 후츠파 & 소통'
- 전기차 시장의 가장 뜨거운 감자, 테슬라
- 전 세계 25억 명이 이용하는, 페이스북
- 이제 삶에서 때어놓기 힘든, 구글(알파벳)
위 3개의 기업 가치는 한국 GDP의 2배에 달하는 3000조이다. 상상조차 힘든 가치를 받고 있는 회사의 공통점은 유대인 CEO의 회사라는 점이다.
언젠가 실리콘 밸리를 장악한 유대인에 대해서 들은 기억이 있다. '실리콘 밸리의 창업 마피아'라는 자극적인 제목 아래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은 익숙한 기업들의 이름이 거대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었다. 세계의 혁신을 주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실리콘 밸리에서 한때 억압받던 민족이 어떻게 최정상의 위치에 올라 있을까?
"후츠파, Chutzpah : 이스라엘인은 상급자와 하급자가 가장 좋은 답을 찾기 위해 자유롭게 토론한다. 이를 보고 후츠파라 말한다. 철면피, 무례함을 뜻하지만 요기와 담대함을 뜻하는 히브리말이다. 후츠파는 전통적인 사고를 무너뜨릴 도전정신과 용기를 북돋는다."
이스라엘 문화를 잘 보여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책, 「후츠파」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비록 실리콘 밸리의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에서 자란 유대인이 아니더라도, 그들 민족만의 특성과 문화, 응집력과 삶을 대하는 태도는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동의를 넘어서 4차 산업혁명의 시기를 거쳐, '신세계'를 살아갈 우리에게 던지는 묵직한 울림을 받았다.
이스라엘은 인구 900만에 한국 면적의 1/5 뿐인 나라, 심지어 그중 70%가 사막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스타트업 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 활발한 연구&개발로 혁신을 주도하는 나라, 산업 생태계에서 가장 고부가가치 모델에 위치한 나라, G2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나스닥 상장기업을 보유한 나라, 네 번째로 달 탐사 프로젝트를 성공한 나라다. 무엇이 이스라엘이라는 작은 나라를 이토록 위대하게 만든 것일까?
인발 아리엘리의 「후츠파」를 통해서 본 이스라엘의 후츠파 정신, 공동체 의식을 통해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바탕에 깔린 그들의 환경과 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모범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그 안에는 '불확실성'과 '혼란'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긍정적인 결과로 만든 이스라엘에게 배울 점이 많고, 인발 아리엘리의 「후츠파」는 그 배움의 여정을 도와줄 지침서 역할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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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환경과 문화'
한국과 이스라엘은 비슷한 구석이 많으면서 동시에 반대된 모습을 보여준다. 두 나라 모두 작은 땅덩어리 안에서 커다란 성공을 이뤘다. 그리고 분단과 분열의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며 젊은 나이에 국방의 의무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공통점 안에는 너무도 다른 문화와 환경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아이들에겐 '자율성'이 보장된다. 얼핏 보면 혼돈스러운 성장 환경에는 그들만의 질서가 있었다. 방과 후 아이들은 무리를 지어 앞에 놓인 세상을 자유롭게 누비고 다닌다. 그들의 놀이터는 쓰레기 더미처럼 보이고 위험이 도사리지만 동시에 '도전'과 '탐험'을 유도한다. '최소화된 어른의 개입'은 자율성을 부여하며 '시행착오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한다.
어려서부터 '공동체 활동'에 익숙해지는 이스라엘의 아이들은 청소년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심지어 적은 인구 때문에 청소년의 운동 없이는 사회가 온전히 돌아가지 않을 정도이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 청소년이 더 어린아이들과 무리 지어 과제를 수행하거나, 사회에 기여하는 봉사활동을 하며 경험과 작은 성취들을 맛보기 시작한다.
17세가 되면 성별에 관계없이 입대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의 군생활은 우리의 것과 달랐다. 여전히 (어느 정도) 자율성을 보장받고, 각자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으며, 생각을 하는 성인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도 공동체의 역할은 빠지지 않는다. 군 복무기간 동안 쌓은 군대 네트워크는 제대 후 강력한 무기가 되어준다. 취직을 하고, 창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할 때 앞에 놓인 길을 밝혀주고 다져준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시작되는 자율성, 도전 문화, 시행착오, 성취 경험은 그들에게 한 번 더 부딪혀 볼 용기와 도전정신, 즉 후츠파를 선물한다. 위험을 감수하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시각을 선사한다.
두려워하지 않을 이유가 생긴 것이다.
삶의 시작에서부터 끊임없이 강화되는 '공동체 의식'은 그들의 또 다른 강력한 무기다. 서로 다른 관점과 개개인성이 수도 없이 부딪히며 생긴 굳은살은 수월한 일처리를 도와준다. 성인이 된 후 이스라엘 내에서 뿐 아니라 미국의 실리콘 밸리까지 퍼진 그들만의 응집력은 '해자'가 되어 그들을 보호해주고 이끌어준다.
"필요가 있는 곳에 발명이 있다", 이스라엘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정된 인적자본은 사회 구성원의 최대 효율을 끌어냈다. 혼자가 아닌 '같이의 가치'를 피부로 느끼며 자라왔다. 분쟁과 불확실성의 위험이 도사리는 삶의 모습은 그들을 더욱 응집력 있게 만들었고 물결처럼 점점 크고 넓게 퍼져나갔다. 사막화된 국토의 70%를 보며 농업의 혁신을 이끌었다.
이스라엘에게 위기는 기회였고, 열매는 달콤했다. 그들은 오늘도 결핍과 필요에 적응해가며 살아가고 있다.
'대화가 필요한, 한국의 내일'
이스라엘의 군대에 대해 검색하다 이스라엘 여군에 대한 글 한편을 봤다. 하지만 그 글의 댓글을 보니 서평의 방향을 참 잘 잡았다는 슬픈 확신이 들었다. 소수의 의미있는 댓글을 제외하면 글의 내용도 이해하지 못한 채 "이스라엘 여자처럼 한국 여자들도 군 복무를 해야 한다", "군 복무 가산점 돌려놔라", "한국 여자가 군대 가지 않는 것을 정당화시키지 마라" 등등 한심한 소리들만 늘어놨다. 주장 자체가 한심한 게 아니다, 이해와 근거 없이 떠들어대는 빈약함이 한심했다.
「후츠파」를 통해 이스라엘의 모습을 보며 힘든 점이 하나 있었다. 읽는 내내 속에서 시작되는 '비교'였다.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너무 상반되는 모습이 많아서 그런지 자꾸만 한국과 비교를 하게 됐다.
저자의 국뽕이 커질수록 내 국뽕은 작아져만 갔다...하지만 두 개인을 놓고 하는 비교와 다르게 앞으로 나아가면 좋을 방향을 보게 되었고, 우리에게 부족한 게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먼저 '교육'이 눈에 들어왔다.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PISA 하위권에 속하는 이스라엘과 상위 10%에 해당하는 한국을 보면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 은둔형 고수들이 넘치는 걸까? 저자는 이스라엘의 PISA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 시험 성적을 위한 공부와 기업가, 혁신가의 자질을 키우는 공부는 다르기 때문이다.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교육 환경은 미래의 결과로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한국의 교육/사교육 방식은 투자 시간 대비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일까?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오히려 장려하는 환경 또한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이스라엘에서 과잉보호의 모습을 찾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핵심적으로 느껴진 공동체 활동은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통이 힘든 경우도 태반이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가 조화로운 이스라엘에서 어려서부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생산적인 토론을 하고, 시너지를 내고, 같이의 가치를 느낀 경험을 한다. 이는 21세기에 가장 필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무슨 잘못인가?"라고 생각하며 꽉 막힌 소통을 미화시키는 사람들은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 수 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데 뒤돌아서 과거의 길로 스스로 걸어가는 셈이다. 대화다운 대화가 필요하다.
'소통이 돈이 되는 순간'
독일의 Industrie 4.0에 이어, 이제 GAIA-X가 점차 화두가 되어갈 것이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세상에 없던 연결을 만들고, 끝내 하나의 언어로 결과를 만들어낸다. GAIA-X는 단순 플랫폼의 역할이 아닌 앞으로 세상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디지털화된 방식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독일에서는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다른 언어로 교류하고 하나의 언어로 결과를 만드는 예행연습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로 다른 회사 간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도 비효율적인 단계라도 익숙해지기 위한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나라, 한국은?
이스라엘에 이어 독일과도 비교하나? 절대로 한국을 깎아내리려는 게 아니다.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세계지도의 작은 점이었던 나라의 가능성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아직은 세계 열강의 입김에 불안해하지만, 훗날 Made in Korea 부품 없이 살아갈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가 하나 붙는다. 단순 하이테크 제조업에서 벗어나, 소통하는 제조업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주식시장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연일 신고가를 갱신하는 테슬라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을 것 같다. 기업 분석은 투자의 기본이다. 하지만 미국의 월가는 테슬라 분석에 대부분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복잡한 기업을 단순한 방식으로, 즉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가 분석했기 때문이다. 테슬라를 제대로 분석하려면 인공지능, 환경, 배터리, 자동차, 플랫폼 등 여러 전문가가 모여 기업의 가치를 측정해야만 했다. 이제야 복합적인 분석의 필요성을 느끼고, 늦게나마 목표주가를 올리고 모습이 보인다.
테슬라 분석 사례는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제 단 하나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으론 부족한 세상이 올 것이다. 이미 눈앞에 와있는데 알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앞으로 더욱 복잡해져 갈 세상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 다양한 관점을 섞은 복잡한 답이 필요하지 않을까?
소통이 필요하다. 협업이 필요하다. 섞물림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유수의 기업들이 미래 비전을 건 키워드를 제시하며 스케일업 준비하는 '변화의 물결'이 보인다. 기업간의 협업이 증가하는 듯 보인다. 대기업에 젊은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그에 따라 새로운 시각을 가질 것이다. 전통 산업은 그간 쌓아온 자본을 투자하며 새로운 기술과 분야에 도전한다. 진심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술 하나만으로는 뭔가 꺼림칙한 구석이 있다.
경험 탓일까?
세계적인 반도체 기술은 대만의 맹추격에 따라 잡히는 모습을 지켜봤다. LCD 디스플레이 강자의 자리는 중국에게 내어준 지 오래다. 세계적인 스마트폰 제작 기술은 미국과 중국의 위협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세계적인 배터리 기술은 기술 자체로 머물면 단순 하청업체에 지나지 않는 모습으로 남을 것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도 반도체 산업에 실패한 중국을 보며 한국의 대단함에 뿌듯함을 느낀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더 격차를 벌리고 살아남으려면 이스라엘의 교육방식에서 배울 점이 있어보인다. 독일이 목숨을 건 제조업과 디지털 융합을 보고 뭔가 방향성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공동체 경험과 서로다른 관점의 섞물림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현재 이스라엘의 모습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잊지 말아야 할 그들의 고통이 있었고 결핍을 이겨내려는 시행착오의 과정이 있었다. 무수한 시도와 도전이 균형을 찾아가는 순간이 늘어가며 만들어진 나라다. 물론 이스라엘 또한 취약한 부분이 있을 것이고, 한국에게 배워야 할 점 또한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 비교의 과정에서 일반화가 불러오는 오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큰 맥락에서 우리가 이스라엘에게 배워야 할 점은 명확해 보인다.
나는 온/오프라인 미디어로 한국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실질적으로 발전에 기여하는 여러 '위인들'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있다. 대단히 감사하다. 이 위인들이 현재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특히 젊은이들의 시선을, 관리자의 시선을, 기업가의 시선을 바꿔주려 하는 이유는 한국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 아닐까?
언제나 가능성은 열려있다. 인간의 뇌도 변할 수 있는데 뭔들 바꾸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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