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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습에 깐깐함을 더하다.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서평/Book. 2021. 6. 27. 23:45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 스타니슬라스 드앤.

     

     

    '배움을 제대로 배운 사람'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불과 몇 백 년 전에 나타났으면 제2의 흑사병으로 불릴 정도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2020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서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알고 있다. (심지어 세균과 바이러스 사이의 관계를 이용한 유전자 가위도 나왔다.) 그리고 그 메커니즘 속에서 세균과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방법 또한 발견했다. 여전히 수많은 인명피해를 유발한 바이러스이지만 몇 백 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인간의 대처는 눈부신 도약을 이룬 것이 자명하다.

     

     이렇듯 어떤 것이 작동하는 원리를 알면 그걸 반대로 이용할 수도 있다. 이는 배움에 있어서도 적용된다. 그리고 우리는 다행히도 배움에 대해 상당 부분이 밝혀진 오늘날에 살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살면서, 특히 학창 시절에 공부를 하고 수많은 시험을 치러 성인이 된다. 그때마다 들려오는 시험 요령, 전교 1등의 비법, 수능 1등의 교과서 위주의 공부 등 여러 학습법에 대해 접한다. 하지만 거의 모든 학습 방법은 시험에 대한, 오직 시험을 위한 요령일 뿐이다. 그 어느 방법도 정해진 시험을 떠나 사회 안에서 살아가기 위한 '진정한 학습'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하는 듯하다. 

     

     스타니슬라스 드앤의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는 그 어떤 과학 서적보다 삶을 풍부하게 해 줄 수 있다고 감히 말해본다. 뇌 과학의 관점에서 "어떻게 배울 것인가?"라는 주제를 잘 풀어낸 명저이다. 이 책을 통해 생애를 걸쳐 뇌가 배우는 메커니즘을 알 수 있고 이를 이용해 뇌를 해킹할 수 있게 된다.

     

     뇌과학으로 본 배움은 문자 그대로 극도로 효율적인 배움을 실천할 문을 열어준다. 그래서 ‘진정한 학습’이란 무엇일까? 도대체 ‘배운다’는 것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그 답은 우리의 에 있었다. 호모사피엔스로 태어난 우리 모두에게 내려진 축복, 세상 그 어떤 소프트웨어보다 강력한 뇌와 학습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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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 베이비로 태어난 걸 축하드립니다'

     

     신생아는 겉으로 보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태어난 듯하다. 이러한 믿음은 오래 이어져 뇌는 백지의 상태로 세상에 나와 주위의 환경을 흡수한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거의 모든 신생아는 보기보다 똑똑한 상태로 태어난다.

     

     우리의 뇌의 소프트웨어적 측면은 그 어느 것보다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 가공된 유산이 이를 증명해 준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보이는 신생아의 뇌의 기본 세팅은 경이로울 정도로 잘 짜여 있다.

     

     물체, 물리학, 숫자, 확률, 논리, 사람 구분, 얼굴 인식, 언어 본능, 이 모든 것이 기본 세팅으로 갖춰져 있다. 영화에 나오는 슈퍼 베이비들처럼 들릴 수 있지만 우리 모두가 이렇게 태어났다. 이는 과학의 발달로 뇌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됨에 따라 밝혀진 사실들이다. 지금껏 봐온 아기들이 낯설어지는 순간이다.

     

     이 사실로 인해 그간 행해지던 천성 vs 교육의 논쟁은 더 이상 무의미해졌다.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갖고 태어나 주의의 환경을 통해 학습하는, 즉 천성과 교육 둘 다 어우러져 성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기본 세팅을 가지고 마음속으로 가설을 세우고, 현실에 대입해서 그 결과를 검증하며, 이를 통해 에러 수정'을 거쳐 하나의 보석처럼 가공되어 간다.

     

     인생의 첫 황금기는 큰 꿈을 이뤘을 때가 아니다, 거대한 부를 이뤘을 때도 아니다, 청춘이라 불리는 한정된 시간에 주어지는 이름도 아니다. 바로 우리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말 그대로 인생의 첫 황금기가 찾아온다.

     

     

    'Prime time'

     

     축복받은 탄생의 순간부터 아이의 뇌는 성인의 몇 배 이상으로 많은 시냅스 연결을 만들어 낸다. 과잉 생산된 시냅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요도가 떨어지는 회로를 쳐내며 자란다.

     

     저자는 이 초반의 시냅스 과잉생산 시기를 '뇌의 민감기'라 칭한다. 말 그대로 민감한 뇌는 생후 10여 년 까지 절정을 거쳐 이후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 시기 동안 기본적인 감각들, 시각, 청각, 사고에 대한 기초가 다져진다. 이러한 기초가 튼튼해야 그 위에 더 섬세한 것들을 쌓아 올릴 수 있다. 보조바퀴 없는 두 발 자전거를 바로 탄 아이의 모습은 불 보듯 뻔하다.

     

     이 10여 년의 민감기는 여러모로 많은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금수저는 대부분 외적인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내 아이가 태어났을 때 10여 년 정도 풍족한 형편이 못되어도 내적 금수저를 만들어 줄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클리셰처럼 말이다.

     

     이때 특히 부족한 부분의 교육을 받을 형편이 못되거나, 생계의 이유로 가정에서 자녀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할 때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 배움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에 맞서 정부가 나서고 사회적인 도움을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맞벌이 가정에 돈 몇 십만 원 쥐어주고 입막음을 하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옳지 못하다.

     

     

    '답은 학교와 가정에 있다'

     

     추가적인 교육을 떠나서 기본적인 교육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필수교육인 초등교육에서 뇌에 양질의 자극을 주지 않으면 이내 굳어버리기 십상이다. 성인까지 몇몇 회로는 계속 가소성을 띄긴 하지만 앞서 말했듯 기본이 안된 뇌에게 배움이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교육의 중요성과 변화 요구는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다. 모순 투성이인 성적 제도와 학습하지 않는 교사, 자녀를 망치는 가정과 황금기를 그저 흘려만 보내는 안타까운 현실은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이 책은 교사에게, 부모에게, 성인 모두에게 필독서라 할 수 있다. 적어도 우리의 자녀에게 금수저 꼬리표 한 번은 달아줘야 하지 않을까? 이런 기회가 충분히 열려 있는데도 수고스러운 성인의 배움이라는 벽을 등지고 돌아서면 안 된다.

     

     

    '금수저 프로젝트'

     

     책 속의 내용을 정말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배움에는 4가지 기둥이 있다. 주의, 적극적 참여, 에러 피드백, 통합. 이 네 가지를 다른 말로 하면 완전히 집중하라, 수업에 참여하라, 실수에서 배워라, 매일 연습하고, 매일 밤을 활용하라가 된다.

     

     그리고 책 말미에는 아이의 잠재력을 극대화시켜주는 13가지 격언들이 나온다. 하지만 백날 이런 요점을 보고 무언가를 깨닫기 바란다는 것은 주입식 교육의 또 다른 모범 사례일 뿐이다.

     

     스타니슬라스 드앤의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는 투자로 치자면 구조적 성장주라 할 수 있다. 혹은 강남의 아파트와 빌딩이라 할 것이다. 말만 들어도 꾸준한 우상향을 보이는 탄탄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교육자라면 학생들을 위해, 부모라면 자녀를 위해, 성인이라면 미래에 태어날 자녀를 위해서라도 단 몇 시간을 투자해 일독을 강력히 권장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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