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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플래쉬- 악마의 거래가 주는 2가지 교훈
    글쓰기/Movie. 2020. 4. 24. 12:35

    Damien Chazelle - Whiplash.

     

    '머리 빠진 악마를 보았다'


    "엄청난 능력을 얻지만, 수명이 줄어든다. 거래를 하고 싶은가?"

     

     소위 천재라 불리는 음악인, 화가, 운동선수들에게 왕왕 따라다니는 설명, 악마의 거래.

    만약 나에게 기회가 온다면 거래를 받아들일 것인가?

     

     

     

     수명과 능력을 바꾼다는 이 비유적 표현은 이미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예를 잘 보여주는 영화 한 편을 감상했다.

    바로, 데미언 샤젤 감독의 「위플래쉬」다.

     

     영화 속 배우 마일즈 텔러(앤드류 역)와 JK 시몬스(플렛처 역)의 명연기가 몰입감을 준 위플래쉬는 '열정과 야망'이 가득한 청년의 이야기이자, '편향된 욕심'으로 끓어오르는 선생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불완전한 성공의 이면'을 잘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갓 대학에 들어온 열정 가득한 드러머와 그의 재능에 관심을 갖는 교수의 티격태격 성장 스토리이다. 끝내 둘은 드러머로서, 지휘자로써 각자 만족스러운 연주 끝에 영화는 아름답게 막을  내린다.

    이런 프레임으로 영화를 보면 정말 진부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틀에 박힌 형식을 갖고 있는 진부한 영화가 아니다. 나에게 2가지 교훈을 준 고마운 영화이다. 하나는 '교육의 중요성' 다른 하나는 '균형의 중요성'이다.

     

     두 가지 교훈 외에도 영화가 강력한 힘을 가진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영화의 흐름에 따른 '감정'이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처절하게 몰입'하며 본 영화는 없다. 개인적인 경험이 겹치면서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기분을 일부러 참기도 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뒤로 하고 다시 영화로 돌아가자면, 영화 속 젊은 드러머, 앤드류는 자신의 모든 걸 갈아 넣을 자세로 훈련에 임한다. 그의 맞은편에는 자신의 모든 걸 갈아 넣어 채찍질할 자신이 있는 교수, 플렛처가 존재한다. 정말 채찍질이라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한다. (감상평을 쓰고 나중에 위플래쉬의 스펠링을 찾아보다, 실제로 '채찍질'을 의미한다는 걸 발견했다.)

    하지만 플렛처는 자신의 채찍질에 대한 고귀한 '철학'과 '명분'이 존재한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압박이 없다면, 위대한 연주자는 단 한 명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채찍질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위대한 연주자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같이 술을 한잔 하면서, 교수가 악마 같은 모습 반대편의 온화한 얼굴로 위와 같은 말을 해준다면?

    그동안 훈련을 통해 느낀 고된 감정이 흔들릴 수도 있다. "그래, 내가 더 열심히 해야지"같은 생각으로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사소한 문제가 딱 하나 있다.

    이 생각은 '틀린'생각이다. 교수가 이끄는 길은 악마의 거래와 같이 얻는 만큼 잃는 게 '분명하게' 존재하는 제로썸의 거래이다.

     

     물론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플렛처가 과한 면은 있으나, 악의적 의도보다 자신의 제자가 성공하길 바라는 모습에 중점을 뒀을 수도 있다. 분명 맞는 말이다. 교수가 앤드류를 괴롭히고 스트레스 풀이 정도로 사용하려고 밴드에 데려온 건 아니었다.(이미 밴드 자체가 교수의 왕국이었다) 플렛처는 앤드류의 재능을 보고 발전시키려 데려온 게 사실이다.

     

     

     

     한계를 넘는 연습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멘토와 피드백의 존재도 빠질 수 없는 핵심 요소이다. 자신의 분야에 훌륭한 선생에게 1:1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값진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 속 교수, 플렛처에게는 큰 문제가 하나 있다. 교수인 그는 제대로 된 '교육법'을 모른다. '교육의 중요성', 영화가 내게 준 첫 번째 교훈이다.

    그는 교사보다 음악인에 더 가깝다.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

     

     어쩌면 교수도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그 또한 자신의 스승에게 또는 부모에게 같은 방식의 교육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릇된 내리사랑, '분노의 대물림'을 실천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불완전한 방법으로 성공이란 명분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게 한다. 그리고 한계 끝까지 밀어붙이고 뛰어넘었지만, 끝에는 분노에 가득 찬 자신을 만나게 되는 대물림을 말이다.

     

     

     

     이 악마의 거래와도 같은 교육법의 한계는 분명하다. 영화 속 극단적 예로 보여준 많은 사건들이 답을 말해준다.

    교통사고가 나서 피를 철철 흘려도 연주를 먼저 생각하고 걸어가는 모습.

    이글거리는 열정과 타오르는 사랑을 너무도 쉽게 교환하는 모습.

    교수의 지도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한 제자의 마지막 연주, 자살.

    이 세 가지 극단적인 상황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인생의 균형이 없고,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른다는 점'

     

     여기서 영화가 내게 준 두 번째 교훈이 나온다, '밸런스의 중요성'이다. 내가 감상평 서문에 '불완전한 성공의 이면'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공을 해도 균형이 맞지 않다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눈먼' 열정은 말 그대로 장애가 있는 열정이다. 이를 고수할 이유가 전혀 없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남도 사랑할 수 있는 법이다.

    개인 시간을 균형 있게 활용할 줄 아는 건, 일을 잘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우리가 필요에 의해 일을 하지, 일을 위해 사는 건 아니지 않나?

    근데 왜? 직무능력 향상에 노력을 투자하는 만큼, 내 시간을 의미 있고 균형 있게 사용하기 위한 투자는 하지 않을까?

     

     

     

     이미 우리는 주위에서 '겉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텅 빈 속마음'을 느낄 수 있는 수많은 사례를 접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이러한 사례들을 그저 특별한 사건 정도로 치부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필요를 느낀다.

     

     

    '영화를 통해 얻은 두 가지 교훈: 교육의 중요성, 균형의 중요성'

     

     영화가 끝나고 불현듯 교수, 플렛처의 모습에서 분노가 치밀었다. 그는 젊고 미성숙한 청년의 마음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감독이 의도한 건지는 모르지만, 영화 속 앤드류는 친구도 없고 여전히 아빠와 영화를 보러 다니는 '외톨이'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당연히 자신감이라곤 찾아보기 힘들고 가슴 한편 시원하게 펼치지 못한다. 교수는 이런 앤드류에게 다가가 악마의 유혹을 시작한다. 여기에 '여리고 혼란스러운' 앤드류는 쉽게 넘어간다.

     

     

     

     이 느낀 점은 영화를 보는 중에는 떠오르지 않던 생각이었다. 악마가 손을 내밀더라도, 현재의 상황에 어느 정도 만족을 하고 균형감이 있는 상태라면, 자신의 소중한 것을 놓아버리는 멍청한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불만족스럽고, 자신감도 없고, 흔들리는 상태라면? 나는 쉽게 앤드류 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 추측한다.

     

     앞에서 언급한 재감상을 일부러 늦춘 이유, 감정 소모가 너무 심했던 이유는 나에게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4년간 그만둘 수 없었던 직장에서 시달린 경험.

    이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 플렛처와 두상이 똑같은 민머리 상사.

    소름 돋게 닮은 민머리 상사와 플레처의 언행, 행동.

    몸이 심각하게 망가져 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눈먼'열정을 불태운 나.

     

     분명 4년간 값진 경험을 한건 사실이다. 배우고, 실력을 쌓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러나 나는 가게를 그만두는 시기가 가까워져 올수록,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동료들에게 '여기서 벗어나'라고 진심을 털어놓았다.

    다행히도 나의 진심이 잘 전달된 듯 보인다.

     

     

     

     당시에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지금은 생활에 있어 만족스럽다. 지금 이렇게 그때의 경험을 글로 풀어갈 수 있다는 게 기쁘다. 나의 경험을 영화와 연결해 글로 풀어가는 과정이 불편하지만은 않다. 이미 오래전에 생각의 정리를 끝냈다 생각했지만, 머리가 더 맑아지는 기분을 받는다.

    오늘도 글쓰기의 힘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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