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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도서관, 남겨진 책 한 권 <영양의 비밀>서평/Book. 2020. 6. 28. 11:33
영양의 비밀 - 프레드 프로벤자.
'삶에서 중요한 세 가지 질문, 세 가지 답'
한국의 건강 보조식품 시장규모는 4조 6000억 원이라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4조 6000억 원이 한국인의 건강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홍삼, 영양제, 그리고 요즘 뜨거운 유산균 등이 정작 자신의 몸에 어떻게 좋은지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 주위에 있는 '남자한테 좋다는' 잡다한 식품들처럼 카더라식의 부풀려진 정보만 믿고 잘못된 투자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아니면 미디어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주위에서 먹길래 따라서 먹고 있지는 않을까?
나는 만성질환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감기에 걸려도 약을 먹지 못한다. 운동이 끝나고 프로틴 쉐이크 한잔도 못 마신다. 몸에 좋다는 홍삼을 선물 받아도 눈으로만 먹을 수 있다.
대신 감기가 걸리면 생강 꿀차를 끓여 마신다. 운동이 끝나면 장에 좋고 단백질도 들어있는 낫또를 먹는다. 홍삼처럼 기가 막힌 효과를 광고하지는 않지만, 저녁 식사 전에 채소, 과일, 견과류, 발사믹, 질 좋은 올리브 오일을 큰 볼에 섞어 행복하게 먹는다.
건강에 대한 정보 홍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필요에 따라 귀를 막고, 도움이 될만한 것들은 하루 이틀로 끝내지 않는다. 내게 맞는 유산균을 찾으려 한 종류씩 2달간 먹고 테스트를 하고 있다. 장에 좋다는 알로에, 낫또도 2달 이상 먹어보니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걸 알았다. 샐러드를 저녁 끼니 전에 먹기를 한 달이 좀 지난 것 같은데 이번에 신기한 경험을 했다. 몇 주 전에 가평에 놀러 가서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숙취와 함께 집에 돌아왔다. 평소 같으면 하루 종일 국물음식을 찾지만 집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몸이 찾은 음식은 샐러드였다.
나는 이 신기한 내 실험실에서 끊임없이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나에게 여러모로 생각을 하게 도와준 프레드 프로벤자 명예교수님의 「영양의 비밀」은 내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 같다. 동물, 식물, 인간, 자연을 주제로 한 이 책은 묵직한 펀치 한방을 마지막 챕터에 숨겨놨다. 철학적인 이야기로 가득한 마지막 챕터는 내게 가장 크게 생각의 시간을 주었다.
어떻게 건강한 몸을 가질 수 있나?
어제보다 나은 내일의 나는 무엇이 만드나?
내가 지금, 여기에 살며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무엇을 하든 길게 보면 근복적으로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생각한다. 건강이라는 토대가 갖춰지고 나면 그 위로 내가 하고자 하는, 해야 하는 어떤 것이든 안정적으로 쌓아가며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쌓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어느 순간 '삶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찾아온다. 이 3가지 질문은 물질적인 측면을 뛰어넘는 삶에 중요한 부분에 대해 묻는다.
「영양의 비밀」을 통해 나는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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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건강, 그리고 또 건강'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는 요리에 대한 열정이 타오르던 20대 초반에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 하루 13시간의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시간 속에서 단 15분도 앉아있을 수 없었다. 직원식은 탐욕이 가득한 뷔페 접시처럼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밥을 먹는 시간조차 자유롭지 못했다. 피부에는 칼에 베인 상처와 화상 자국이 매주 늘어만 갔다. 상처가 치유될 여유도 허락하지 않자, 신기하게도 피부가 적응한 듯 새빨간 피부가 거뭇해지는 시간이 점점 짧아져갔다. 그렇게 4년 동안 내 하루에서 일 외의 시간은 10시간 남짓했다.
퇴근 후 짧고 굵게 맨몸 운동을 하고 씻으면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곳은 냉장고였다. 나는 내 방에 술 냉장고를 들여놓고 일주일에 한 번씩 그 안에 맥주를 가득 채워 넣었다. 샤워 후 맥주를 마시며 주방으로 가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첫 끼니를 만든다. 그렇게 평일은 3~4번 라면과 빨리할 수 있는 음식을 먹었고 그 외에는 햄버거를 사 먹었다. 그리고 궁금한 요리에 대한 부분을 찾거나 영화를 보다 해가 뜨기 직전에 잠에 들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하면 지옥처럼 느껴지는 4년 안에는 아이러니하게도 크고 작은 기쁨과, 삶에서 손에 꼽는 행복들이 존재했다. 내가 만성질환 확진을 받고 요리를 그만둬야 할 지경에 오기 전까지는.
나한테 너무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돌이켜보니 내 몸은 알코올, 카페인, 인스턴트식품, 누적된 피로, 증오로부터 살려달라고 여러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출퇴근 지하철은 앉으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 친구들과 술을 한잔 하는 날에는 내 집을 지나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피부는 잔뜩 화가 나있었다. 주기적으로 한 달 정도 코에서 피가 나오지 않는 날이 거의 없었다. 소변에서는 거품이 평소보다 크고 많이 나타났다.
나중에 정밀 검사를 해보니 일반인의 200배가 넘는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내게 약한 고리인 신장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앞이 깜깜했고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병원을 가는 것 외에는 아무 데도 나가고 싶지 않던 그때, 우연히 형 집에 있는 노란색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책 제목은 뼈아대. 그렇게 체인지그라운드를 알게 되었다. 독서에 대해 알게 되었다. 건강에 관련된 서적을 몇 권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군대 문제도 해결할 겸 한국으로 돌아와 2년 정도 회복기를 갖기로 했다. 삶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반인의 200배가 넘던 소변으로 빠져나오는 단백질은 현재 정상수치의 3배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아마도 내가 30년이 조금 못 되는 삶에서 몸이 하는 말에 처음으로 귀 기울인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 암울하게 보일 수도 있는 경험을 통해 '건강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영양의 비밀」에 나오는 여러 사례들, 클라라의 아이들, 동물의 본능, 농업의 배신, 피토케미컬, 영양가 없는 재료, 유전자 변형, 평균의 오류, 후성 유전학, 최고의 다이어트 등등 이 모든 사례들이 중요하지만 '내 몸이 가장 잘 안다'는 사실이 가장 와닿는다.
먹음의 결핍이 결핍된 삶을 사는 여러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배워야 한다. 여러 사례들은 요점을 뽑아 겉을 핥기보다 전체적인 맥락을 보고 피부로 느껴야 한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민감해져야 한다. 그래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토대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찾은 '어떻게 건강한 몸을 가질 수 있나?'에 대한 답이다.
'답은 내 안에서 나온다'
'어제보다 나은 내일'
건강을 잡았다면 천군만마를 얻었다 할 수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하는 것을 위한 '기초'가 생겼다. 이제 고민해야 할 부분은 '성장'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성장은 단순한 자기 계발이 아니다. 기초를 바탕으로 하고 싶고, 해야 할 것들 모든 것에 대한 '태도, 마음가짐'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지혜는 권위에 짓밟히고 있다." 여타의 것들과 특히 돈을 좇는 사람들 때문에 왜곡이 시작되고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 개인이 한없이 작아 보이는 순간이다. 그래서 얇은 귀를 두 손으로 막고 스스로 진실을 찾아가야 한다. 그 복잡하고 긴 시간이 걸리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믿음'이 생길 수 있다.
'믿음'은 전혀 생소하지 않다. 여러 책들에서 이야기하고, 심지어 믿음의 끌어당기는 힘은 변화의 열쇠처럼 소개되기도 한다. 믿음으로 부를 손에 거머쥐었다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또한 실제로 믿음으로 불치병, 난치병이라 불리는 것들을 뛰어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여기도 오류가 존재한다.
세상에 완전한 믿음은 있을 수 없다.
믿음의 바탕에는 이해가 깔려있다. 하지만 이해란 것은 완벽할 수 없다. 부분은 전체인 동시에 전체는 다시 부분이라는 홀론의 개념에 따라,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힘으로 불가능하다. 모든 것은 긴밀한 연결을 갖고 그 사이에서 미묘한 변화가 큰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러한 복잡한 연결의 작은 부분은 완벽한 이해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해에는 끝이 없다. 하지만 손에 닿을 듯 점점 가까워지는 차선책이 있다. 바로 '협력'이다. 서로 다른 경험을 갖은 사람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이해의 대안을 찾는 것이 최선이자 최고의 방법이다. 거대 공룡기업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일의 모습과도 일맥상통한다.
철학에 익숙하지 않은 나의 이해는 허점 투성이일 것이다. 그렇게 불완전한 이해로 찾은 두 번째 질문, '어제보다 나은 내일의 나는 무엇이 만드나?'에 대한 답은 '부지런한 겸손'이다.
안다고 고개를 치켜들지 말자. 안다고 떠들고 다니지 말자. 안다고 깔보지 말자. 내가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내 삶에서 얻는 앎의 한계를 깨닫고 확장하려 뛰어다녀야 한다. 적극적으로 남에게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주자. 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아직 알지 못한다는 것이고, 그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남을 무시한다면 더더욱 앎에서 멀어지는 것이라 느꼈다.
'삶의 이유'
내가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하면서도 참 우스웠다. 이 거대한 질문에 대해서 단 한 번도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내가 거기에 대한 답을 찾는다고 책을 뚫어져라 쳐다본 게 아직도 재미있다. 하지만 그 책 속에는 훌륭한 저자가 있었다. 그는 지구에서 삶에 대한 답 중 가장 큰 부분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누군가에게는 간지럽고, 누군가에게는 낭만적일 수 있는 '사랑', 여기서는 그보다 더 큰 의미의 사랑을 뜻하는 듯하다. 자연, 즉 주위의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 그 반대편에 증오가 있지만, 그 증오마저 사랑으로 감쌀 수 있다.
'내가 지금, 여기에 살며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다시 첫 번째 답으로 돌아가 '내 안에 답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지 자신의 몸을 보살피는 게 아닌, 내 주위의 모든 것을 보살피는 마음이다.
사랑, 커다란 사랑. 내게 이 사랑에 대한 이해에 가까워지는 과정이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다. 아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주위의 것들을 탓할 것이다. 그러나 훗날 그 이해에 가까워지는 날에 프레드 프로벤자의 「영양의 비밀」이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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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가장 맘에든 책은 프레드 프로벤자의 「영양의 비밀」이다. 만성질환 확진을 받고 눈을 뜬 건강에 대한 관심 덕에 이번 책 제목은 약간의 기대감을 주었다. 그러나 기대감도 잠시, 책 서문에서부터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영양의 비밀」이라는 제목과 달리 내가 이해하지 못한 심오한 철학 얘기가 펼쳐졌다.
그렇게 서문을 다 읽고 나니 원하던 건강에 관련된 얘기들이 하나 둘 나왔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챕터가 펼쳐졌다. 5장은 소름의 연속이었고, 마치 파레토 분포를 보듯이 책의 20%에 해당하는 부분이 나머지 80%를 압도했다. 그리고 맺음말을 보자 내가 왜 서문에서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암 선고를 받고 10년 동안 원고 작업을 손에서 내려놓았다. 그 후 다시 원고 작업을 재개한 흔적이 마지막 장에 녹아있지 않나 생각했다.
얕은 지식을 갖고 내가 느낀 대로 풀어간 서평이었다. 이 책을 읽고 그동안 서평을 쓰던 형식에서 벗어나 보았다. 책에서 나오는 내용 중 가장 큰 3가지에 대한 부연설명으로 풀어가던 방식에서, 처음으로 그저 내가 느낀 것을 흘러가는 대로 적었다.
책을 덮고 저자가 어떻게 이런 책을 썼나 의문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그 답 또한 책 속에 있었다. 저자는 지식을 끊임없이 쌓기 위해서만 학습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몸이 원하는 것을 따라갔다. 그는 자연과 함께 커왔다. 그리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현재를 살았다.
프레드 프로벤자의 「영양의 비밀」은 내 책장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항상 위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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