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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주도 (인생)학습 <마음챙김>서평/Book. 2021. 1. 21. 10:08
마음챙김 - 샤우나 샤피로.
'비우다, 채우다'
어느 날, 나는 물을 마실 수 있는 유일한 컵을 받게 된다. 하나뿐인 소중한 컵에는 물이 반 정도 차있다. 근데 과연 이 물이 나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안전한 물인지, 아니면 고여서 해가 되는 물인지는 알 수 없다.
그 순간 반가운 소식이 날아든다. 컵에 어떤 물이 차있든, 얼마나 차있든 내가 원하면 비우고 다시 채울 수 있다는 소식. 이제 남은 선택은 하나뿐이지 않나? 당장 달려가서 정체불명의 물을 버리고 가장 질 좋고 이로운 물을 채워 넣어야지.
우리의 뇌는 날마다 40GB 이상의 정보를 맞닥뜨린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 절반 정도는 바쁘신 정신 때문에 흘려보내 버린다. 아직 아쉬워하긴 이르다. 우리의 컵에는 물이 반씩이나 차있지 않나? 그리고 원하면 그곳에 삶에 이로운 정보를 채울 수 있기도 하다. 소중한 하루 20GB의 생명수 같은 정보에 어떤 것을 채우고 싶을까?
"우리가 주의를 집중하는 곳이 곧 우리의 삶이 된다." 그리고 나에게 어떤 정보들을 채울지 어느 정도 선택권이 있다. 의식을 집중해서 축적한 삶의 정보들은 앞으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그러한 행동들이 쌓여 '나'라는 정체성에 영향을 준다.
그럼 어떻게 의식을 집중해서 어떻게 채워나갈 수 있을까?
샤우나 샤피로의 「마음챙김」은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품고 있다. 학문적이고 과학적인 동시에 사람 냄새나는 마음챙김은 수행자 샤우나 샤피로가 세상에 보내는 사랑이 담긴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포장을 뜯고 그 속을 보니 바쁜 삶에서 의식적으로 멈춤을 해야 하는 이유, 의도-주의-태도 3단계를 걸친 이성과의 대화를 실생활에 두루 적용되는 마음챙김법, 그리고 선택의 질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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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컵 속 버드나무잎'
우리는 빠름의 시대에 살고 있다. 빠른 일처리, 빠른 연결, 빠른 기술 등 급변하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다수가 오늘도 빠른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빠름들 사이에 잠시 멈춤이라는 '바름'은 찾기 힘들어 보인다.
바쁜 삶에서 잠시 멈추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본 적이 언제일까?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맞닥뜨리고 거기에 무의식적인 빠른 '반응'이 아닌 심사숙고하는 '대응'을 한 적이 얼마나 될까?
갑자기 무슨 수행자 같은 소리인가 싶지만 '잠시 멈춘다는 것' 그리고 '반응이 아닌 대응을 하는 것'은 삶에서 값진 선물이 되어줄 수 있다.
10만 년 넘게 이어져온 조상의 유전자는 대자연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품고 있다. '부정적 편향', 소리와 움직임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생존을 위해 언제든 도망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이렇게 생존을 위해 극도로 발달한 편도체는 대도시에 사는 우리에게도 그 성향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 무의식적인 반응은 대개 부정적 편향을 불러온다.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잠시 멈춤'을 할 필요가 있다. 반응이 아닌 '대응'을 통해 이성과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 마음챙김은 내면의 이성과의 만남이다. 그저 흘러가는 데로 살아간다면 부정 편향의 희생양이 돼 있지도 않은 빌딩 뒤 사자를 무서워하며 신경이 곤두선 삶을 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정의 고리는 어떻게 끊어야 할까?
'이성과의 대화, 의도-주의-태도'
운전을 하다 보면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을 잊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기어를 변경하는 것조차 신경 써서 해야 하고, 그다음에는 차선의 가운데로 가는 험난한 과정이 있었다. 속도는커녕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기만 손꼽으며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지도 못한 채 초보운전 티를 팍팍 내 던 그 시절.
차츰 익숙해지기 시작하고 불편한 감정을 많이 느꼈다. 내 기준에 맞지 않는 느린 속도, 답답함, 끼어들기 등등 내가 그럴 때 느끼던 감사함은 줄고 짜증은 늘어갔다. 그러다 어느 날 차선을 요리조리 바꿔가며 조금이라도 빠르게 가려해 봤자 다음 신호에서 내가 추월한 차량을 만나거나, 도착시간이 3~4분 줄어든 게 전부인 큰 의미 없는 결과와 마주하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내가 느낀 것은 부정적인 감정들 투성이었고, 분명 도로 위의 다른 차들에게도 불편함을 주었을 수 있다. 초보시절의 감사함과 호의는 어디 갔을까? 이걸 깨닫고 의외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운전, 적정속도 안에서 여유롭게 가는 운전을 끝마치고 드는 긍정적 기운을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오히려 도움을 받는 사람은 나였다.
「마음챙김」에서 소개해주는 많은 실용적인 방법의 큰 틀은 "의도-주의-태도"의 틀을 갖추고 있다. 먼저 의도는 방향을 잡는 과정이다. 운전부터 시작해서 추구하는 목표를 향한 방향, 나와 타인을 향한 호의, 감정 다스리기, 감사의 태도 기르기, 일상에서의 사사로운 식사까지 다양하다.
방향성을 정했다면 호의와 호기심의 태도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과정에서 그 어떤 생각이 들어도 귀를 기울이고 왜 이런 생각이 들고 기분이 느껴지는지 파악한다. 상황을 '인지하고 직시'하는 과정을 통해 제 3자의 시각으로 접근한다.
살면서 타인에게는 호의와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넬 기회가 많지만 생각해보면 나 자신에게는 조금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기 쉽다. 하지만 자기 자신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소중한 사람이다. 살아가며 느끼는 부정적 감정들은 어쩔 수 없는 과정의 일부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방식은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질 좋은 선택, 질 좋은 내면, 질 좋은 삶'
개인의 삶 전체를 놓고 보면 요동치는 선의 형태를 띠지 않을까? 그 선 속에 무수한 점들은 우리가 세운 목표일 수도 있고, 원치 않게 나온 결과일 수도 있다. 완벽한 플랜과 목표를 정해놓고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고통스러운 삶일지도 모른다. 목표라는 점에 도달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다음 나아갈 방향이 없다면 목표 주위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할 것이다. 이러한 완벽한 목표 달성이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과학의 발달은 인간의 한계와 가능성 모두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마음챙김은 주도적으로 그 가능성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이끌 '내면의 힘'을 보여준다. 사소한 것부터 챙겨야 한다. 잊고 지나치던 것들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호의와 배려는 오히려 나에게 더 큰 긍정을 불어넣어준다.
"당신의 내면을 타인의 외면과 절대 비교하지 마라 - Anne Lamott"
지금까지 내 내면의 소리를 외면한 적이 너무도 많다. 마음챙김은 그 소리를 인지하고 경청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틀게 만들 수 있다. 그 영향은 퍼져나가고 내 주위의 것들을 바꿔놓을 힘이 있다. 그저 흘러가듯 사는 삶은 본능에 치우친다.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습관은 삶 전체를 바꿀 수 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 했다. 선택은 필연적으로 성공과 실패를 가져오지만 실패도 해석에 따라 성공만큼 값진 경험을 줄 수 있고, 성공도 해석에 따라 자기자만으로 빠질 위험을 갖고 있다. 선택을 해서 나온 결과는 '해석'이라는 다시 한번의 선택으로 이어지는 듯 보인다.
이 모든 선택을 내가 할 수 있다니 변화하지 않을 수가 없는 구조다.
단기 장기 중기 목표는 분명 필요한 이정표다. 그러나 완벽한 목표는 오히려 방해가 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불확실성이 요동치는 앞날에는 깨지기 쉬운 완벽한 목표보다 방향성을 정하는 것과 안티프레질한 긍정적 대응이 더 큰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사람은 연약한 동시에 강하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변화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선택의 순간은 끝이 없다.
바버라 드 안젤리스는 말한다,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은 선택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선택의 질을 개선하는 것은 선택을 유발하는 생각과 감정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생각과 감정의 질을 개선하는 것은 의식을 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결국 의식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마음챙김이고, 마음챙김은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내 삶의 질을 개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 잠시 멈추고 샤우나 샤피로의 「마음챙김」을 읽어 볼 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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