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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초에 달라진 건 없다" <얼굴>
    글쓰기/Movie. 2025. 12. 8. 23:49

     

     

    영화의 제목이 얼굴이라 영문 제목은 당연히 The Face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영문 제목은 'The Ugly'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나?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오히려 한글 제목 '얼굴'이 어색할 만큼,

    'The Ugly' 라는 제목은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설정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영화는 1970년대의 이야기이다.

    둘째, 선천적 시각장애인 남성과 어린 나이에 집을 뛰쳐나온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먼저 1970년대 당시의 상황을 보자,

    도로포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골목길, 좌판과 상점 그리고 공장이 뒤섞여

    개발도상국으로 가는 시대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당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나, 인권에 대한 인식, 여성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후진국에 머물렀다.

     

    인간은 다 큰 성인이라도 주위무리에 쉽게 휘말리는 나약한 존재다.

    영화 속 공장의 어른들은 여자 주인공 얼굴이 괴물 같다는 말을 면전에 하거나,

    화장실에도 못 갈 만큼 부려먹어 바지에 실수했을 때, '똥 걸레'라는 별명을 서슴없이 부른다.

    여기서 주인공의 외모에 대한 평가는 주위 사람들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와 동행한다.

    그리고 그 누구 한 명이라도 이에 대해 언급하거나, 말리지 않는다.

    그저 웃을 뿐이다.

     

    1970년도에 장애를 갖고 사는 삶은 심히 고단했다.

    시각장애인 남자는 어려서부터 이유도 모른 채 놀림받고 신체적 폭행을 습관처럼 당해왔다.

    그리고 그 지옥 같은 구덩이에서 벗어나려 도장을 파는 기술을 배우고,

    성인이 되어 애써 웃으며 독립된 인간으로 살아가려 발버둥 친다.

    손님 하나 다가오지 않는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으니, 옆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이 호감을 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행운의 당사자는 너무도 쉽게 트라우마에 무너지고 만다.

    이내 행운은 불행으로 탈바꿈해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주위에서 여성이 아름답고 결혼을 하라는 말에 동요하다 결혼에 출산까지 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이 아름다움을 따진다? 이는 일반인이 가질 수 있는 일반적인 궁금증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도장을 비유하며 시각장애인도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있다는 답을 내놓는다.

    일반인으로서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지만, 절대 그 상황이 되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말은 거짓이다. 시각장애인 남성은 아름다움을 알지 못했다, 절대로.

     

    행복했던 결혼생활 중 오랜 친구가 찾아와 해준 말 한마디가 그의 트라우마를 자극하고 인생을 바꿔놓는다.

    '아내 얼굴을 보지 않는 편이 낫다. 마치 괴물 같다.'

    이후 영화의 흐름은 정말 극단에 치닫는다.

    여기서 둘의 선택이 매우 흥미롭다.

     

    어려서부터 외모로 놀림받았던 여성의 이야기이다.

    아버지의 외도를 목격한 순진한 어린이가 본 그대로 말을 했을 때, 엄마는 그녀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씻지 못할 상처를 입혔다.

    그렇게 그녀는 어린 나이에 집을 뛰쳐나갔고, 부모도, 형제자매 그 누구도 그녀를 찾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부터 위축된 삶을 살아오던 여성은 시각장애인 남성을 만나 꽃을 피웠다.

     

    자신의 세상이 밝아지고, 남편으로부터 기운을 받았다.

    더 이상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똑바로 내기로 마음먹는다.

    여성의 권리가 바닥임을 이용해 고용주의 권위로 성폭행을 일삼던 사장을 세상에 까발린 것이다.

    그 시작도 자신이 아닌 사수의 부당한 해고를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답은 창피하니 그만하라는 사수의 따귀와, 폭력배를 시켜 반죽음을 만들어 놓은 사장이었다.

     

    이제 남편, 시각장애인 남성의 이야기이다.

    주위에서 말해주기 전, 먼저 다가와준 아내의 목소리와 이름이 아름답다 했다.

    그리고 주위에서 얼굴도 아름답다는 거짓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추후 그녀의 외모가 못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먼저 다가와준 아내는 그 모습은 그대로이고, 주위사람들의 아내에 대한 평가만 달라졌을 뿐이다.

     

    여기서 선택은 전적으로 시각장애인 남자가 하게 된다.

    '못 생긴 아내 때문에 지옥 같던 놀림이 다시 시작된 기분이야. 내 주위에서 없어졌으면 좋겠어.'

    그렇게 자신의 어릴 적 고통이 반복되는 게 힘닿는 이유로 아내를 살해한다.

     

    두 인물은 묘하게 닮았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길을 가는 인물로 해석된다.

    1. 둘 다 어릴 적 고통을 받고 자랐다.

    2.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해 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3. 외적인 모습으로 가장 먼저 평가를 받고 살아왔다.

     

    그러나, 성인이 된 이후 자립한 그들의 선택은 너무도 달랐다.

    남성은 주위에 너무도 쉽게 휘둘렸고, 자신의 입장 외에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부정적 경험이 올라오자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 당시 인지 수준으로 결정을 내린다.

    심지어 자녀는 중요한 선택에서 철저하게 그림자 취급을 받는다. 그렇게 생모를 잃었다. 생부 때문에.

     

    여성은 주눅 들고 위축된 삶에서 자신에게 사랑을 준 남편을 만나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었다.

    그렇게 세상에 마땅히 낼 수 있는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해나간다.

     

    영화 <얼굴>에서 느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초기 애착형성의 중요성과 제대로 된 부모의 무게이다.

    둘째는 사람의 믿음과 평가에 대한 부분이다.

     

    '애초에 달라진 건 없다'

     

    태생부터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 꾸준히 외모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받아 왔다는 사실

    즉, 세상은 그들을 보는 즉시 외적인 결함을 첫인상으로, 선입견을 갖고 그들을 대해왔다.

    성인이 된 이후, 즉 한 개인으로 독립한 이후에도 달라진 건 없다.

    결혼을 하고 자녀가 생겼다는 환경은 달라졌지만, 그 외에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달라진 단 하나'

     

    달라진 단 하나가 있다면, 각자의 '믿음 체계'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 달라졌다.

    여성은 용기를 얻고 세상을 직시하고 경기장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이는 개인의 초월적인 선택이다.

    남성은 외부의 평가가 달라짐에 따라 본인이 휘말렸다. 주위사람들의 아내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거기에 따르는 본인의 믿음을 바꾸고, 극단의 부정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은 똑같음에도.

    이는 다시 과거의 목줄을 스스로 차고 경기장 밖으로 뛰쳐나가는 행동이다.

     

    '초기 애착과 부모교육의 중요성'

     

    둘 모두에게 연민이 든 포인트는 초기애착 형성이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초기 애착형성 시기에 단 한 사람의 어른이라도 사랑과 존중으로 자녀를 키워줬다면 주체적인 삶을 살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그 당시 부모 교육이랄 게 만무했고, 생명의 탄생의 소중함은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사치로 여겨졌을 수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가족 공동체의 노동력 +1 정도의 수준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평가'

     

    나는 영화 마지막에 소위 못생겼다 취급받는 여성의 얼굴이 공개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사원증으로 공개된 그녀의 얼굴은 영화 속 지속해서 등장하던 '괴물'과는 거리가 멀었다.

    순간적으로 "그냥 평범한데?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아차 싶은 순간이 찾아왔다.

    감독이 외적인 평가에 대해서 경종을 울렸음에도 나는 그 직후 그녀의 사진을 보고 외적인 평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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